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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Apr 11. 2023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며

어느 지점을 향해 떠난다는 것은

그날의 결심

3년 전 헤이리 안상규_스튜디오 갤러리에서 지인과 서넛 앉아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혼자 오랫동안 민화를 그렸고, 재료를 바꿔보면 좋겠다는 안화백님의 조언에 따라 아크릴을 시작했더랬다. 이야기 도중 안상규 화백은 그림인생 85세인 자신의 무릉도원가를 불렀다. 그때 스치는 생각이 내가 화백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 미쳤다. 화백과의 나는 한 세대 이상의 차이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앞으로 나의 30년 후, 그리고 그 이후를 그려봤다. 그렇다면 인생 2막을 위해 무언가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작심했다. 조기은퇴로 그림을 공부하고 오면 퇴직연배가 되겠다 싶었다. 우리의 가치, 특히 우리의 그림 민화를 터부시 하는 문화에 대한 반기로 우리 그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기 위해 나 스스로 서양화를 그려보고 와서 다시 우리의 그림을 이야기하겠다는 마음을 세웠다. 그리고 화백님과 농반 진반으로 5년 후에 유학을 갔다 오겠다며. 처음에는 우아하게 늙기에 좋을 순수미술과 철학으로 두리뭉실하게 그리고 프랑스나 독일을 겨냥했다. 두 번째 만남에서 화백은 그림은 이미 뉴욕으로 넘어갔다며 뉴욕을 권했다. 어학에 있어서도 프랑스어나 독어에 대한 부담도 있고 해서 미국행으로 결심하고 그때부터 매일 카운트 다운했다.


그리고 다짐과 훈련

생각했던 것보다 두 아이들이 빨리 독립을 했고, 자연스럽게 주변 여건이 변하면서 일정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현재까지는 앞당겨지게 되었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 준비해 놓은 것처럼, 혹은 어떤 거대한 물살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 위에 그저 떠 있는 듯하게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퇴근 후 저녁이면 수채화와 아크릴을 만지면서 나름 자신에게 부여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참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새벽녘 눈 뜸과 동시 어느 소속으로부터의 이탈? 특히나 특별한 노력이나 운이 닿지 않으면 진입하기 쉽지 않은 제도권 안에서의 이탈, 그것도 법적으로 정해진 시기가 아닌 자발적 선택의 몸부림이라 할지라도 심리적으로 나름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나의 직업이 얼마나 나에게 안정성을 답보했는가에 감사하며 소속감 없이 떠 있어야 할 섬으로의 마음훈련을 하고 있다.


걸림돌은 돌아가든지, 치우던지

가볍게 접근한 어학 또한 접근법 자체도 자만이 하늘을 찔렀다는 생각이다. 토익이나 일본어, 중국어 시험 경험은 있으나, 토플 시험은 한 번 쳐보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가능에 대한 믿음이란 말이다.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털릴 수밖에 없다. 재정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샀던 땅의 반은 대출이었는데, 금리가 하늘을 뚫을 줄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하지만 그것까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입학허가 레터를 받았다. 오퍼 한 학교는 아니지만 뉴욕하고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조건도 생각보다 좋았다. 비자 신청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를 말하는데 영어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성적과 재정기준이 되는 통장 잔고증명서를 발급해서 제출해야 한단다. 부랴 강남 어학원에 등록은 했는데 수준미달은 당연지사, 통장잔고증명을 위해 은행에 대출신청을 했는데 이도 정부의 정책이 어쩐다냐 해서 미지수…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수 없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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