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빙구다. 평소 내가 모지리인 것은 가까운 지인이 아닌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짜 포스를 애써 부정하지 않고 예민한 척, 잘난 척을 일삼는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입을 열지 않으면 된다.
친정 엄마 말씀이다.
“ 니는 어디 가서 입만 안 열면 된다. 똑띠 같아 보인다.”
내 놀이터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손가락 유희를 즐기다 보니 잊고 있었다. 손이 곧 입이 된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스친들에게 빙구임을 자수했다.
가장 강렬하게 비웃은 이가 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빙구미를 접수하고 놀리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꼴 보기 싫던지. 상처를 보듬어 주고 위로하지 않고 말이다. 하나 내가 보기엔 도긴개긴이다. 단지 본인은 아니라 믿는다. 집에서 강아지보다 서열이 낮으면 자각할 만도 한데… 눈치까지 없다.
절친하고픈 스친이 ayaan_kang.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프사에는 강아지를 벤 것 같은 흰머리 아저씨가 누워있다. 예의도 없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심히 툭툭 던지는 그의 글에는 딸들에 대한 사랑과 부인에 대한 존중이 엿보인다. 글 한 줄 한 줄이 위트가 넘친다. 아마도 현생에선 좀 날렸던 사람일 것이다. 외모에서 그런 이미지가 전혀 풍기지 않아 좀 의심스럽긴 하다. 진중함과 따뜻함을 장난기로 감추는 기막힌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들의 분신술? 위장술 뭐 그런 경지에 가깝다. 글에서 고수의 냄새가 난다. 성룡 영화에서 보면 고수들은 이상하거나 괴상한 것과 결을 같이한다.
나의 불안과 우울을 위로받고 싶을 때 스친 이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럴 때 잊지 않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 보기 드문 좋은 어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이란 충고 따위로 상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친구보다는 가깝게, 부모보다는 좀 먼 거리에서 사람을 위로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공감의 말에 무겁지 않은 지혜를 한 스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