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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결점

내 눈에 크게 보이는

by 정말빛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아주 특별한 의사 선생님을 만났어요.

나처럼 결점이 있는 선생님이었지요.

하지만 선생님의 결점은 아주 작아서 눈에 잘 띠지 않았어요.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내 결점과는 모두 달랐어요.


"결점은 여러 종류가 있단다. 잘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결점도 있고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거나 잘 읽지 못하게 하는 결점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결점들이 큰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전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어."


어른들이 말했다. 몸이 커지면 내 고민도 함께 커진다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른들이 고민이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결점이 있다. 타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일들을 머릿속에 가득 채워 내 마음은 늘 지옥이었다. 나를 패배자로 몰고 가기에 바빴다.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점점 더 피폐해졌다.


그림책의 주인공처럼 내게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천천히 알려주는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시간이 갈수록 별것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고 내 장점을 하나씩 꺼낼 수 있었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커졌던 내 결점들을 내가 털어냄으로써 세상의 눈에서 자유로워졌다. 인정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긴 대로 살기로 하니 세상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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