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가방에는 당신이 애정하는 것만 가득하길

나의 애정템

by 정말빛

예전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협찬이 많아 가방을 여러 개 들고 다닌 장면을 보고 매우 상업적이라 속으로 꿍얼거린 적이 있었다. 그녀의 직업은 신발 디자이너로 극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런 와중에도 두 남자와 연애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좀 비현실적이긴 했지만 로맨스 드라마가 다 그런 게 아닐까.


나도 가방을 두 개씩 들고 다닌다. 하나는 핸드폰과 차키 같은 꼭 필요한 것을 위한 용도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보부상 가방이다. 보부상 가방이란 크기가 매우 크고, 없는 게 없는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은 것이다. 운동복과 모자, 여러 권의 책, 여분의 안경, 비상약, 헤드셋, 단백질셰이크, 운동용 마스크에 무릎보호대까지. 책을 꺼내 읽는 것 이외에 이 가방에서 아무것도 꺼내지 않는 날도 많다. 하지만 이것을 늘 가지고 출근한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주말 외출에 나는 핸드폰과 차 키 외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는다. 여자들의 가방에 거의 필수인 화장품도 귀찮다.


내가 보부상 가방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격이 충동적인 데다 걱정이 많아서다. 퇴근길에 갑자기 둘레길이 걷고 싶어질 수 있고, 읽던 책에 집중하지 못해 다른 책이 필요할 수도 있을 거라는 등의 충동과 걱정. 대학시절 벚꽃이 날리면 즉흥적로 학교 대신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고, 그 보다 어린 초등학교 시절에는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 선생님께 야단을 들었던 적도 많았다. 성격이 꼼꼼하지 않은 탓에 물건을 잘 흘리고 다닌다. 섣부른 일반화일지는 모르지만 가방 속 물건은 주인의 성향이나 일상을 보여준다. 어떤 이는 가방만으로 직업을 짐작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가 두서없이 가방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 속에 든 물건으로 한 사람의 일상과 고단함, 희망, 행복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면 나 같이 별 볼일 없는 걱정들은 과감히 빼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지는 가방. 나는 영화 같은 삶을 꿈꾸지 않는다. 그냥 보통의 날들 속에 자잘한 즐거움이 쌓여 행복이란 감정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내 보부상가방에 담긴 것들이 걱정인지 행복인지 좀 헛갈리지만,

내일의 가방에는 당신이 애정하는 것들만 가득하길 바란다.


규하나-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날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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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이미지 - 유니모드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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