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 쓴 적이 있지만 나의 MBTI는 FFFF이다. 16가지 유형 중에서는 찾을 수 없다. 명랑하고, 우울하고, 부지런하면서도 게으르며, 계획적이지만 즉흥적이다. 과연 나만 이런 사람일까? 세상 돌아가는 물정이나 유행을 잘 모르는 나에게 MBTI는 참 어려운 이야기였다. 라때는 말이지, 혈액형이나 별자리, 사주 등으로 이야기했으니 알 턱이 없다. 하긴 그 시절 난 그것도 잘 몰랐다. 사람들이 가끔 물어오면 그 자리에서 검사하고 결과를 알려주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다음에 다른 이가 물으면 다시 또 검사하고 결괏값을 이야기하지만 전의 것과 같았는지 다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관심이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는데 그 다양성을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파악한단 말인가? 물론 '통계적으로 그렇다, 재미 삼아 보는 것이다.'라는 대답에 태클을 걸 마음은 없다.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 사람들이나 정신과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장점과 단점들을. 나는 일상적으로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지만 내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계획적이고 철저하다. 겁이 많이 도망치는 일이 잦지만 하고 싶은 일에는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 게으른 일상을 보낼 때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어놓을 것처럼 불편하지만 한 번 루틴을 정하고 실행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꽤나 성실히 임한다. 못난이 콤플렉스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나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려 애쓴다. 수학을 지독하게 못했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애정한다. 푼돈을 아껴보려 전전긍긍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들, 특히 아이들을 위해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서를 내긴 했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다. 쓰고 보니 어쭙잖은 자랑질 같은데...
내 모든 행위들이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일일까? 살짝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거울을 뚫어지게 보았다. 백설공주의 계모가 되어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거울이 입가를 실룩거리며 나에게 답했다.
"니 입가에 짜장 튀었다."
내 입술 아래에는 검은깨 세 개만 한 점이 있다.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주신 유산이다. 대학시절 친구와 짜장면을 먹고 난 후 친구가 계속 입가를 닦아 주었다. 지인들은 그 점을 빼라고 권한곤 한다.
"입가에 점 있으면 먹을 복이 많대. 그리고 이건 내 매력포인트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이번에 내가 빌린 한 줄을 통해 배운 것은 나를 단적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규정지을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매력덩어리.
까짓, 좀 모자라면 어떤가. 내가 괜찮음 그만이지.
결론적으로 나는 까만 점을 빼지 않을 생각이다. 거기서 내 사랑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나는 하나의 이름으로 규정하기 힘든 복잡 미묘한 매력 덩어리다.
김유미 -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