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는 미루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프리랜서가 된 이후 처음으로 야근을 해보았다. 학교에서 주관하는 큰 행사가 있어 전 직원이 남아야 하는 날을 제외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밤늦게까지 일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자타공인 '땡순이'다.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직장일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으며, 집안일을 직장에서 걱정하지 않는 것이 내 소신이다. 업무는 미리 시작해 마감일보다 앞서 끝내고, 집안일은 내 능력껏 처리한다. 대부분은 새벽이나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되지만, 다행히 요즘은 가전제품이 좋아져 버튼형 인간의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가장 큰 건 작은 아들의 군입대가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자꾸만 흔들리고 여유가 없어졌다. 혹시 먹고 싶은 게 있는지, 외출이라도 하고 싶지 않은지, 조심스레 기대하며 시간의 공백을 만들었다. 그러다 아이가 방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 내 팔을 베고 누워, 별것 아닌 얘기를 쏟아놓는 그 시간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큰아이 입대 때와는 참 다르다. 그 아이는 고등학교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학에 들어가선 따로 살림을 시작했기에 비교적 담담히 보내줄 수 있었다. 이 스무 살 꼬맹이는 단 하루도 떨어져 본 적 없이 내 곁을 지켜준, 우리 집의 마지막 ‘남자’다. 둘만 함께 산 시간이 벌써 6년. 이 아이마저 집을 떠나면, 나는 진짜로 혼자 남는다. 육아하던 시절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나 홀로의 시간’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는데, 막상 다가오니 마음이 먹먹하다.
이제 이런 날이 나의 일상이 되겠지. 나는 앞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앞으로 나는 아마 집에서 식사를 하는 일도 드물 것이고, 세탁은 일주일에 한 번, 청소도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할 것이다. 모든 게 ‘한 번, 한 번, 한 번’.
조금은 우울하고, 다른 조금은 외로울 것이며, 나머지 조금은 자유롭겠지. 책을 많이 읽게 될까? 그림을 다시 그려볼 수 있을까? 글은 잘 써질까? 경험하지 못했던 혼자의 시간이,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움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어떤 날엔 사람 소리가 고파 불량식품으로 배를 채울지도 모르겠다.맵고, 달고, 짭조름한 것보다 더 불량스러운, ‘캬~’ 하는 그 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