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메모

부제 : 삼중음성 유방암

by 마담 리에

2018년 9월에 나는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삼중음성 유방암이었다. 한 프랑스인의 남자를 사랑하고 그 사람이 살고 있는 프랑스 남부 시골 온천이 있는 마을에 둥지를 틀고 살게 된지 2년째 되던 해였다. 나의 삶의 대부분을 보냈던 대도시의 서울을 떠나서 프랑스 남부의 시골마을의 삶에 아직 제대로 적응도 안되었던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유방암 진단은 나의 프랑스의 삶의 행로를 바꾸는 사건이었다. 나는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각종검사에다가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그 이후 15회의 항암치료와 35회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 당시 나의 프랑스어 실력은 모든 각종 검사와 수술 그리고 치료를 이해하기는 커녕 일상 생활도 혼자서 헤쳐 나가지 못하는 초보 수준이었기에 유방암과 치료에 관련된 모든 것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의학 쪽에 종사하는 남편의 설명 덕분에 나에게 닥친 상황을 대략 짐작할 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분명하게 기억을 했던 것은 2가지였다. 첫째, 내가 진단받은 삼중음성 유방암은 공격적인 암이었기에 재발이 되는 경우에 죽는다는 것과 둘째, 가슴에 몽글 맺혀 있는 조그만 덩어리가 유방암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아주 극초반에 발견한 덕분에 내가 굉장히 운이 좋았다는 것이었다. 종양을 들어낸 수술을 했던 의사도, 항암치료를 했던 의사도 한결같이 천만다행히도 초반도 아니라 극초반에 종양덩어리를 발견했다며 놀라워했던 것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이것은 남편의 조기진단 덕분이었다. 9월 초, 남편이 나의 유방을 만져보더니 조그만 덩어리가 암일지도 모른다며 검사를 받아야 겠다고 말했다. 남편이 어렸을 적에 키웠던 강아지가 암으로 죽었는 데 그때 만져봤던 종양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내가 그 당시 진단 받았던 암은 ‘삼중음성 유방암’은 프랑스어로 Cancer du sein « triple négatif »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9,000~10,000명의 여성이 이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특히 암의 이력이 없는 젊은 여성들을 주로 공격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다고 한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어떤 암일까? 음성(négatif) 이 세배나 된다니, 원래 음성(négatif) 이라는 단어가 주는 것은 긍정적인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코로나 음성 반응 진단을 받으면, 그것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오히려 좋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삼중음성 유방암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삼중음성(triple négatif)라는 것은 이 암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없고,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도 없으며 HER-2 수용체에 대한 수용체도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용체가 없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용체들이 호르몬이나 유전자와 결합하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게 되는데, 삼중음성 유방암은 치료의 표적으로 삼는 세 가지 수용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의 표적으로 삼을 만한 수용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호르몬 요법이 효과가 없고, 표적 치료제, 화학 요법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삼중음성(triple négatif) 유방암은 치료의 표적으로 삼을 만한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운 좋게도 환자의 상태가 반응이 잘 된다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3년 이내에 재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재발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생존율이 떨어지게 될 뿐더러 재발 위험이 30~40%에 달하는 매우 공격적인 암이다.


암 진단 후 종양제거수술을 받은지 5년이 지났다. 현재 2024년 1월 암은 아직 재발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잘 넘어 왔는지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유방암 치료는 나에게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해야 겠다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었으며 이것은 이후의 나의 프랑스에서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은 유방암을 발견한 시기였던 2018년부터 재발 가능성이 높은 시기였던 2023년까지의 삶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유방암 발견부터,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포함한 암투병과 그 이후 5년 동안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 글이다. 암투병을 통해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꼈던 것들, 해외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 프랑스인들과의 만남에서 알 수 있는 그들의 문화등을 포함해 사십대 중년의 한 여성의 시선으로 본 프랑스 사회를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에세이는 암투병을 하고 계시는 분들, 프랑스를 포함해서 해외에서 사는 분들, 해외에서 언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 이국땅에서 본인의 힘으로 뿌리를 내리려고 오늘도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어쩌면 길잡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유방암이라는 갑작스러운 선고를 받고 먼저 그 길을 걸어왔던 한 명으로서 ‘프랑스에서 전하는 유방암 투병 에세이’를 공유함으로써 말이다.


나의 이 에세이가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특히 암투병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2024년 1월

아침은 새소리로 시작하고

저녁은 반짝이는 별들로 열리는

프랑스 남부 시골 온천마을에서

마담 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