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붙잡은 감정, 그물로 구조한 나

언어 없이 우리는 왜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가

by 서연담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구조화하고, 자기 것으로 삼는 능력은 누구나 가진 게 아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 왜 이렇게 힘들지?"
하지만 정작, 무엇 때문에 그런지는 모른다. 그저 공허하고, 무기력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무엇이 나를 기쁘게 했는지,
무엇이 나를 무너뜨렸는지
말로 붙잡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다.

감정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언어 없이 감정은 그저 흘러가버린다.
시간 속에 사라지고, 기억은 흐릿해진다.
하지만 내가 내 감정을 말로 붙잡고 나면,
나는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감정을 언어로 포착하는 사람이다.
“요즘 왜 이러지?” 하고 묻기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무력감은 무엇의 부재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답을 찾아간다. 천천히, 정확하게.

말은 그물이다.
그물 없이 사람은 흘러간다.
사라진 사람도, 사라진 감정도, 사라진 나도,
다시 돌아와 붙잡히는 건
그 위에 드리운 언어의 그물 덕분이다.

내가 내 감정을 언어로 풀어내기 전,
나는 그저 흔들렸다. 이유도 모른 채.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말이 있어야, 돌이킬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고,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것이 내가 가진 생존 기술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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