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넌 꿈이 뭐야?
유년시 시절부터 우리에겐 항상 따라다니는 질문이 하나 있다.
“넌 꿈이 뭐야?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소방관이요! 디자이너요! 선생님이요!”
그러나 이러한 답변은 딱 초등학생 때까지만 할 수 있다. 초등학생 때는 막연히 뭐가 되고 싶냐고 묻던 질문은 어느새 변질되어 이젠 진로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성적을 들먹이며 한 번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라고 하신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왜 생각을 해보라고 하시는 걸까.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하나 정도는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질문이 또 한 번 바뀌게 된다. 이제는 꿈도, 진로도 아닌 무슨 대학에, 무슨 학과에 갈 거냐고 묻는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정확히 정하지 않았는데 무슨 대학이며, 무슨 학과란 말인가. 게다가 이때의 나는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던 꿈에 대해 과연 이룰 수 있을까? 맞는 길일까? 라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고 방황 아닌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근데 덜컥 대학과 학과를 정하란 말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었고 먼 미래의 이야기만 같았던 대학교에 진학했다.
어렸을 땐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면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그런 멋진 어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멋진 언니, 오빠들의 나이가 된 지금의 난, 그들처럼 멋진 어른이 되진 못한 것 같다. 중 고등학생 때만 고민할 줄 알았던 진로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를 따라다녔고 불확실한 미래는 자꾸만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었다.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그 미래는 뚜렷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하는 것은 없다.
그래서 요즘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당연히 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을 하던 어린 시절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그땐 정말이지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빵을 좋아해서 제빵사가 되고 싶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디자이너, 공무원, 또 어떤 날에는 부모님처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다. 꿈이 많았던 순수했던 그 어린 시절, 이제는 추억의 한 편이 되어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과거에 머물고 싶어진다. 그런데 내가 과거에 머물고 싶은 건 어쩌면 팍팍한 지금의 현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렸던 우리에게 누군가 꿈을 물어본다면 우린 부드러운 두 뺨을 잔뜩 세우곤 웃으며 하고 싶은 걸 쭉 나열했다. 의사, 선생님, 경찰관-정말이지 다양한 직업들이 나왔다.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면 어른들은 마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대답을 한다.
“우와, 정말 대단하다! 넌 꼭 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른들은 왜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은 똑같은 질문이어도 대답이 달라지는 걸까.
“정말 할 수 있겠어? 요즘은 그쪽으로 취업은 잘 돼?”
아이러니하게도 하고 싶은 걸 물었으면서 자꾸 취업이니, 돈은 잘 버니 이런 이상한 이야기들만 늘여 놓는다. 하지만 어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이 모순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때의 우린 미처 알지 못하는, 몇 십 년은 더 경험한 어른들만이 아는 그 무언가를 알기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이 있어도 꿈은 우릴 먹여 살려주진 않으니 언젠가는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할 때가 온다.“
어쩌면 모순된 질문 속 어른들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비로소 이 말이 아니었을 까 생각해 본다. 그들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무수히 많은 꿈을 꾸었을 텐데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현실과 타협을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타협이라 꾸며놓은 희생이란 글자 뒤에 숨어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 우리는 타협을 택했지만 너희들만은 그러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모순되었던 질문.
그러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몇 년이 지난 후의 내가 과연 현실과 타협을 할지, 아니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꿈을 펼치고 살지 여전히 미지수이다. 물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는 조금 다른 방향이고 싶은 마음이다. 무조건 타협하는 것이 아닌 그 타협 속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나만의 길을 만들어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그런 삶을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현실과 타협해서 가려져 버린 묻어 두었던 당신의 진짜 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