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2화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by 빛나는 하루

“넌 항상 잘하니까“


어린 시절 내가 항상 듣던 말이었다. 착하고 조용했던 꼬마 아이. 어른들을 보면 언제나 인사를 잘했고 주어진 일이라면 언제든 해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고 평소 행동이 튀거나 그런 것도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있어서 나는 조용하고 착한 친구였다. 주변에서 항상 나를 보면 잘한다고 하니 나는 내가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착하고 조용했던 꼬마 아이는 고등학교 때 쓰디쓴 현실의 맛을 조금 깨달았다. 언제나 내가 1등이고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엔 다른 사람이 서 있었고, 성적은 계속해도 나오지 않으니 그때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그래도 그때 나갔던 글쓰기 대회. 그때 내게 주어졌던 1등이 나를 조금은 안심시켜 주었다.


“아직까진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 다행이야”


하지만 그 자존감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도전해 본 글쓰기 공모전. 결과는 당연하게도 탈락이었다. 그땐 왜 내가 당연하게 당선될 거라 생각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크나큰 자만이었다. 그래도 그때 당시엔 그나마 남은 아주 작은 자존감이 나를 다시 공모전에 도전하게 해 주었다.


“괜찮아. 처음이었잖아. 이번엔 반드시 연락이 올 거야.”


글을 쓰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던 나날들. 그 뒤로 10개가 넘는 공모전에 도전했고 나는 오지도 않을 메일함만 주구장창 열어댔다. 그리고 정확히 15번째 나간 공모전에서 떨어지고 난 후 나는 공모전 사이트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몇 개월 간 글을 쓴다고 잠도 줄여가며 투자했던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고 눈앞엔 당선되지 못한 작품들이 모니터 속 비쳤다. 울적함에 컴퓨터 속에 담겨있는 무수히 많은 글들을 삭제해 버릴까도 했지만 차마 더 이상 손은 움직이지를 못했다. 삭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게 깨끗하게 지워지는 진짜로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이 작은 모니터 화면 속에서 빛날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이들의 화면 속에서 빛나며 작품이 널리 알려지는 게 내가 진정 원하는 거였다.


결국엔 애먼 키보드만 탁탁 두드리다 끝내 아무것도 클릭하지 못하고 컴퓨터 화면을 닫았다. 이때 난 처음으로 잘한다는 말이 주는 버거움을 느꼈고, 자만하기만 하던 지난 날들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공모전을 잠시 멈추는 동안엔 학교 생활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학교 생활도 퍽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도 느꼈지만 정말이지 나는 아주 작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대학에 가보니 전공을 어렸을 때부터 이미 공부하고 있는 사람, 외국에 살다 온 사람 등등 정말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리고 전공을 아직 배우지도, 그렇다고 외국을 다녀온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는 그냥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대학생 중 한 명이었다. 내가 한 단어를 새로 배우면 다른 사람은 이미 알고 있거나 나보다 10개의 단어를 더 알고 있었고 따라가기 벅찰 만큼 앞서 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난 내 20살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물을 뛰어 보려 생각하지 못했던 단순한 우물 안 개구리”


그런 단순한 개구리는 다른 이들은 진작 뛰어넘은 우물을 이제서야 뛰어넘어 열심히 뒤쫓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