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1화 청춘의 시작? 봄?

by 빛나는 하루

꿈을 꿨다. 대학생이 되면 지금과는 내 세상이 달라질 거라는 꿈을.


“성인이 되면-”


그땐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성인이 되면 나는 많은 것이 변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인이라는 것은 그냥 나이가 19살에서 20살이 되는 것이었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이었고, 수업 분위기가 더 자유롭다는 것일 뿐이었다. 누구나 입을 모아 20대의 시작인 푸르른 청춘을 꿈꾼다. 하지만 나의 20살은 푸르르지도, 활짝 피지도, 그렇다고 마냥 밝지도 않았다.


실패한 입시. 인서울을 하지 못했다 해서 인생이 꼭 망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주위의 환경과 내 못난 마음은 그러질 못했다. 잘난 부모님, 그렇지 못한 자식. 아니, 그렇다 못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식이란 타이틀은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렇다 해서 부모님이 나를 나무라신 적은 없지만 그냥 나 혼자만의 자격지심이었다. 그 자격지심이 나 자신을 얼마나 초라하게 만들던지, 온 세상 사람들이 웃고 있으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나는 혼자 초라하게 땅만 보며 걸었다.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던 나였지만 버스를 타도 언제나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래만 내려다봤다. 핸드폰 속 앨범을 봐도 찍은 사진이 몇 장이 채 되지 않으니 당연히 기억날만한 특별한 일 없이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 속에서 지금도 봄만 되면 이따금씩 생각나는 하루가 있다. 바로 벚꽃이 활짝 피었던 대학교 1학년 새 학기 어느 봄날.

힘들었던 입시가 끝나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마냥 신나지는 않았다. 아, 단지 수업은 재밌었다. 원하는 대학은 아닐지라도 그토록 원하던 과에 들어갔으니 내가 좋아하는 수업만 들었다. 수업 내용 말고 다른 것들엔 관심이 없었기에 친구를 사귀지도 않았고 혼자 다니는 게 편해 조용히 다녔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나도 친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


교내에 심어진 벚꽃 나무들이 꽃을 활짝 피어 잔잔한 바람에 휘날리는 따뜻한 봄날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저마다 친구들과 벚꽃 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활짝 웃고 있었다. 대학에 가면 나도 친구들과 저렇게 사진을 찍으며 성인이 된 후 첫 봄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운동장을 걷고,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대학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 해 봄, 상상했던 것들이 이루어진 것은 없었고 사진으로라도 20살의 봄을 남기고 싶어 찍은 벚꽃나무 한 그루만이 전부였다.


그렇게 나의 청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봄날에 조용히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