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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 Jul 29. 2024

괴어리의 울타리와 코티의 그라피티 분쟁

이리저리 치우친 사회에서

 Äh, dass ich hier bin, ich fühl' mich sofort schuld
 Schulden von Familie
 Für jetzt muss ich das Geld irgendwie hol'n, irgendwie, egal wie
 Dass ich's zu unser Zuhause schicken kann
 …
 Auf dem Spielplatz liegen Nadeln im Sand
 Racial Profiling, Schikane vom Staat
 Drogenspürhunde, sie wittern etwas
 …
 Bin ein 36er Ureinwohner
 Doch seh' aus wie ein Touri im Görlitzer Park (Görlitzer Park)

 아, 내가 여기 있음에 나는 즉시 죄책감을 느껴요.
 가족에 대한 책무감을.
 인제 나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해요. 어떻게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집으로 부쳐 줄 수 있게.
 …
 놀이터 모래에는 바늘들이 있어요.
 인종 프로파일링, 국가에 의한 괴롭힘.
 마약 탐지견들, 녀석들이 무언가 냄새를 맡아요.
 …
 베를린 SO 36의 토박이지만,
 괴어리처 파크의 관광객이 된 것만 같아요.

 K.I.Z의 <Görlitzer Park> 가사 중


베를린 상원은 괴어리처 파크에 만연한 사회 문제를 울타리를 치고, 늦은 시간에 공원을 폐쇄해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 Imago Images/ F. Anthea Schaap]


 모두가 괴어리처 파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지난해, 독일과 베를린에서 마약 관련 사망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괴어리(Görl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의 공원이 전국적으로 "마약과 폭력 범죄 중심지"로 악명을 떨칩니다. 공원 인근 주민들은 "사랑해 마지않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온갖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일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시의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원 둘레에 울타리를 쳐서 자유로운 출입을 막고, 야간에는 공원을 아예 폐쇄하겠다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당국의 예상 비용은 최소 120만 유로지만, 보도에 따라, 삼사백만 유로까지 뛰기도 합니다. 다소 극단적인 움직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독일 기독교 민주 연합(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CDU))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태도가 강경합니다. 이를 저지하려,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 자치구는 베를린 행정 법원에 소장을 냈으나, 이 주 전, "독립된 자치단체가 아닌, 베를린 통합 자치 단체의 하위에서 그 결정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라는 답을 받았습니다.

 서로 논리가 너무 다릅니다. 카이 베그너(CDU), 베를린 시의회 의원은 일부 우려의 목소리에도 출입문과 울타리 설치는 이루어져야 한다며, 공원 주변 거리의 대부분 주민이 경찰의 더 높은 접근성과 활동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지난 12일, 클라라 헤어만(그뤼네 (Bündnis 90/Die Grünen (Grüne))),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 자치 구청장은 <<타츠(Die Tageszeitung (taz))>>와 인터뷰에 괴어리의 울타리 시공에 대한 법적 문제를 모두 풀어준 법원의 "정치적인 임의성"을 비판했습니다. 시의회의 계획을 비판하는 측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공원의 폐쇄성을 강화하기는 심각한 문제가 되는 마약 밀매를 그 주변의 거리로 밀어낼 뿐이라고 말합니다. 헤어만도 "괴어리처 파크는 따로 떨어진 섬이 아니라, 주거 지역 한가운데 있습니다. 우리는 상징적인 정치를 넘어, 지역 문제에 대한 실용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을 원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괴어리처 파크 못지않게 높은 범죄 통계로 신음하는 팡코, 프렌츠라우어 베르크의 마우어파크에서는 공원 둘레의 울타리와는 몹시 다른 조처가 취해졌습니다. [ⓒ jgseins__jh]


 여러 달 동안 논쟁이 이어진 탓에, 현실적으로, 내년 초봄까지는 괴어리처 파크를 두른 울타리, 문에 자물쇠가 채워지지 못합니다. 애초, 상원의 계획은 올해 안에 완공하기였는데, 이제 그들은 (모든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전제로) 내년 이사분기에 온 초점을 맞춥니다.

 잠시 팡코로 시선을 돌려 보면, 새롭게 발표된 경찰 통계에 따라, 여름내 괴어리처 파크 못지않게 빈번한, 성범죄와 절도, 마약 등, 그 종류마저 가지가지인 범죄에 노출된 프렌츠라우어 베르크의 마우어파크에서 "공원 둘레 울타리"와는 몹시 다른 조처가 취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팡코 자치구의 재정 지원을 받는 Awareness-Team이 투입돼, 오는 9월 말까지, 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18시 30분부터 다음날 세 시까지), 공원을 순찰하며, 잠재적인 위협을 억제하고자 합니다. 공원 입구에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주황색 막사가 놓였으며, 주로 알코올을 동원하고 늦게까지 가무를 즐기는 무리를 집중적으로 살피는 두 명의 순찰팀원도 식별하기 쉽게, 주황색 조끼 또는 상의를 입었습니다. 긴급 전화(+49 157 738 494 75)도 운영됩니다. 사업을 맡은 자라 로트는 공원에서 팀의 활동이 갈등을 '예방'하는 데 주된 목적을 둔다고 말합니다. 독일에서 Awarenss-Team의 활동이 처음이 아니고, 아주 낯선 일만도 아닌데, 현장의 팀원이 '주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한계나, 파티를 여는 이들에 대한 지나친 개입 우려 따위로, 늘, (이러한 활동에) 모두에게서 지지를 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로트와 팀의 첫 번째 순찰에 함께한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에 따르면, 공원을 찾은 이들의 반응은 우선, 대개 긍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팡코 자치구의 책임은 Awareness-Team을 운영함으로써 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자체 면죄부를 주지 않는 데 있습니다. "이만큼 했으면, 됐다."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로 변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Awareness-Team의 운영은 공원 환경 개선을 위한 하나의 보조 수단일 뿐이므로.

 당장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한데도 마우어파크에서 실험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다시, 심각하게 드러나는 사회 문제에 대한 그들의 접근법이 괴어리에 대한 시의회의 그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괴어리츠 파크에서 문제 상황에는 절대다수의 공감대가 형성되나, 그에 대해 제시된 대응책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이가 많다면, 그 접근법을 달리해 볼 유연함이나 용기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 가망이 없어서, 오늘, 일각에서 우려가 더 커지는지도 모릅니다.


코트부서 브뤼케. 코트부서 담에서 란트베어카날 위를 지나는 이 다리를 건너면,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노이쾰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 jgseins__jh]


 흥미롭게도, 또는 불행히도, 베를린에서 "울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곳이 괴어리처 파크만은 아닙니다. "파티가 끝나면, 파티가 시작됩니다."라는 노이쾰른은 여름 중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홍역을 치릅니다. 전국에서 인구 밀도가 높기로 첫손에 꼽히는 이 자치구에는 다양한 양식의 패션용품을 파는 개성 넘치는 가게나, 먼지 쌓인 레코드판을 찾아서 다시금 음표를 띄우는 가게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주점이 있어, 유흥을 찾아 경쟁하듯 몰려드는 이로 어수선하게 들끓습니다. 늦은 시간의 소음도 쉬지 않고 갈등을 낳는, 큰 문제지만, 취기에 자행되는 각종 시비와 범죄, 그리고 코를 찌르고 보기에도 지저분하게, 악취로 골목골목을 가득 채우는 쓰레기, 오염의 정도가 아주 심합니다. 자치구는 현재, 주류를 취급하는 집이 너무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하여, 면허 발급과 단속을 철저히 하고 요식업소 숫자를 줄이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쓰기가 (그들이 이곳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므로)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합니다. 이에, 올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공휴일과 주말, 하룻밤 이상 묵지 않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인당 5유로의 도시 입장료를 부과(배로 올려서 걷기를 희망한다고 전합니다)하기로 한 데 착안, 울타리(꼭 물리적인 경계선만 말하지는 않는 듯하나)를 두르고, 외부에서 그 안으로 들어오는 유흥객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곳, 베를린 노이쾰른에서도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원흉으로 외국인 관광객 무리를 몰아세워, 그들에게 비용을 전가해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이민 인구가 다수인 노이쾰른에서는 더욱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립니다.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체가, 한쪽으로 치우쳐서 병들어 버린 베를린 사회의 단면일 수 있습니다. 굳이 관광객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가 핵심이라면, 대안으로 덴마크 수도이자, 연간 1,200만 건 이상 숙박이 이루어지는, 인기 있는 여행지인 코펜하겐에서 지난 15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시범 운영되는 "CopenPay" 계획의 응용 도입이 제기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여행"에 초점을 맞춘 북쪽에서 실험은 빌린 자동차나 택시 대신, 대중교통,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하는 관광객에게 무료 커피와 박물관 무료입장 등의 특전을 제공하고, 매주 화요일에 무료로 보트에 탑승할 기회를 주고, 바다에 나가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도록 장려하거나, 시립 요식업체를 통해, 현장 안팎에서 쓰레기를 줍는 방문객에게 무료 점심을 내주는 등을 골자로 합니다. 노이쾰른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권을 제공한다면, 인가 영업점의 칵테일 시음권을 대주는 등으로 특색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에레즈, 27세, 베를린 노이쾰른, 그라피티 아티스트: "여러 신문에서 이야기하는 문제에 공감하기는 쉽지만, 모든 문제의 원흉이 외국인 여행객 무리라고 몰아세우기는 말이 안 돼요."

 동네에 요즈음 들어, 누구든 찾아올 만한 파티가 많아요. 집 근처 주점을 보면, 그곳을 찾는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죠. 낮이고 밤이고, 거리에 술에 절어 있는 사람이 많아서, 어떤 때는 겁이 나기도 하는 게 사실이에요. 아무 데나 질서 없이 널브러진 쓰레기도 많고, 여름이다 보니, 유독 악취가 심해요. 여러 신문에서 이야기하는 오염 문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여행객들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아니어도, 노이쾰른에는 늘 문제가 있어요. 울타리에, 입장료에, 다 말도 안 돼요. 모든 문제의 원흉이 외국인 여행객 무리라고 몰아세우기는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이 하는 짓이나 다름없어요. 그야말로 마녀사냥이죠.

 내 주제에 조금 선을 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나는 동네에 필요 이상으로 선술집이 많다고 생각해요. 우후죽순으로 인가를 내줘서 이렇게 된 거예요.

 자치구는 작은데, 사람은 또 너무 많아요. 예전부터 조립식 아파트에, 주머니 사정이 썩 넉넉하지 않은 이민자가 모여 살았다고 하잖아요. 나도 그리 풍족하지 않고, 친구들을 봐도 그런데, 아직도 베를린에서 여기를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에 형편이 변변찮은 경우가 많아요. 많은 친구가 베를린에서 꿈을 이뤄보겠다고 여기로 오는데, 마주하는 현실은 만만찮죠. 나는 정치의 개입이 필요한 지점이 여기라고 생각해요. 애먼 여행객들을 잡을 게 아니라.


https://youtu.be/J-tgIACf6_c


 서른아홉의 막심 드뤼너, 서른일곱의 타레크 에베네, 그리고 마흔하나의 니코 자이프리트로 구성된 유명 힙합 그룹, K.I.Z는 지난해 9월, 그들이 나고 자란 동네의 공원 이름을 딴 <Görlitzer Park>라는 곡을 냈습니다. 이는 "마침내" 그들의 자전적 서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그룹 일곱째 앨범이 지난달 21일, 세상에 나왔습니다. 여태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그룹이 "악명 높은" 괴어리를 전면에 내걸고 '처음으로' 지나온 이야기를 던진다니, 앨범 발매와 동시에 반향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독일 재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시내 가장 낮은 소득 지역 중 하나로 간주하는 이 동네에서, 때로 친구들이 곤경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지만, K.I.Z는 괴어리에서 랩 워크숍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 활동의 기록과 같은 주제 자체가 상투적이고 조금은 진부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다른 색깔의 앨범은 이전부터 얼마든지 있으니, 그를 찾아 들으라며, 데뷔한 지 20년도 훌쩍 지난 이 시점에 지난 발걸음을 돌아보기가 매우 뜻깊다고 말하는 그룹입니다. <<슈피겔>>과 인터뷰 중, "불타는 세상을 두고" 괴어리처 파크로 돌아가기가 혹 현실로부터 도피는 아니냐는 물음에, 이들은 세상이 보고 싶어 하는 대로, "정치적인 예술가"로서 사명감으로 민감한 주제마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는 않아도 된다는 신념을 밝힘과 동시에, 실은 이제야 우여곡절이 많았던 과거를 돌아보고, 그를 풀어낼 용기를 가졌다고 답했습니다.

 단, 막심 드뤼너 등, 구성원들도 인정하듯, '이야기'는 화자의 입술을 떠나는 순간, 더는 그 혼자만의 세상에 대한 책임이 아닙니다. 청중에 그가 던져지고 나면, 그 이야기의 힘은 거기서부터 발현할 수 있습니다. K.I.Z는 지난달 21일, 괴어리처 파크에서 무대에 올라, 바로 그 공원의 이름을 딴 곡을 불렀습니다. 이날은 그들의 앨범이 발매되는 날이자, 그곳에서 페트 드 라 뮈지크(Fête de la musique) 연례행사가 있는 날이기도 했지만, 괴어리를 울타리로 둘러서 매일 밤, 입구를 잠근다는 시의회 계획에 대한 두 번째 대규모 집회가 열린 날이기도 했습니다. 마쿠스 슈타이거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이 근방의 (주로 마약과 관련된) 문제는 사람들에게 달리 사회적 부에 동참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서 다른 수단에 의존하게 되는 데 기인하는데, '일할 의지'가 있는 그들에게는 공원을 폐쇄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떳떳한 고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슈타이거는 과거, 지도(Sido)와 쿨 사바시(Kool Savas) 등, 전설적인 독일 래퍼들을 거느렸던 레이블, 로얄 벙커의 수장으로, 베를린에서 힙합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며, K.I.Z도 크로이츠베르크의 이 레이블에서 시작해, 그 마지막을 함께한 대표 주자입니다. K.I.Z는 이날, 울타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연의 마지막에 선보인 <Görlitzer Park> 무대만으로 제법 묵직한 한 방을 날릴 수 있었습니다.


막심 드뤼너, 39세, K.I.Z의 래퍼: "전혀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랑스러워하기란, 정당한 이유 없이 허황하고 엉뚱함이 분명해요."

 오늘, 저는 확실히 거물이에요, 맞아요. 계급 배신자죠. 일전에, 그러니까 제가 더는 망가질 수도 없이 시작하던 때, 사람들이 SO 36 주민으로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정말 아팠어요. 주변의 그 모든 불편에도, 다른 사람들이 학교에서 뺨을 맞고 문전에서 쫓겨나는 곳에서 삶을 자랑스러워했어요. 실은 그런 환경의 피해자인데도, 자기 행동이나 성격이 시원시원하다고 굳게 믿었어요. 만일, 저처럼 운이 좋아, 거기서 벗어나면, 전혀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랑스러워하기란, 정당한 이유 없이 허황하고 엉뚱함이 분명해져요.

(타레크 에베네: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해요.)

 저는 오히려, 현실 도피의 주제를 이전 노래들에 전했던 야만적이고 과장된 이야기들과 더 연결 지어요. 그들은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아무도 관심 없던 현실로부터 일종의 탈출이었어요. 도발함으로써 제게는 항상 그랬어요: 자, 나는 최소한, 사람들을 웃게 할 거야. 또 어떤 순간에는 토하게도 하겠지.


베를린 SO 36의 남서쪽 경계 블록의 시작을 알리는 건물 외벽. 이 앞의 대로가 노이쾰른까지 닿는 코트부서 담입니다. [ⓒ jgseins__jh]


 <Görlitzer Park> 가사 중 K.I.Z는 자신들이 베를린 SO 36의 토박이인데도 오늘날 공원 주변의 실상이 몹시 낯설다고 고백합니다. 이들이 말하는 베를린 SO 36, (줄여서) SO 36, 36은 현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북동부를 일컫습니다. 서쪽으로 (지금은 메워진) 루이젠슈테티셔 운하(Luisenstädtischer Kanal)가 있던 터, 남쪽으로 란트베어 운하(Landwehrkanal), 동쪽으로 괴어리처 파크, 북쪽으로 슈프레가 경계로 제시됩니다. 19세기 중후반, 베를린에서는 미테의 슈판다우어 슈트라세 모퉁이, 쾨니히슈트라세의 중앙 우체국을 기준으로 아홉 방향, 또는 선로의 한쪽 끝이 막혀 있어서 열차가 진입했던 쪽으로 되돌아서 나가야 하는 역들(Kopfbahnhöfe)의 방향을 따라, 우편배달 구역 고유번호를 지정했습니다. SO 36은 전자의 경우로, 남동쪽(Südost (SO))에 우체국이 마련됐음을 나타냅니다. 20세기의 양차 대전을 겪으며 우편 취급 체계에도 뭇 변화가 있어, 이제는 그 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심지어는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흔히 "문제 구역(Problemkiez)"으로 불린 이곳에서만은 예외라고 할 만합니다. 다양한 배경의 정착민들이 독특한 양식의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 지역 환경은 서베를린에서도 유독 열악했다고 전합니다.

 좁다면 좁은 이 구역에 괴어리처 파크 말고도 온갖 사회 문제의 온상으로 손가락질당하는 곳이 또 있으니, "코티(Kotti)"라고 불리는 코트부서 토어 주변입니다. 가난과 알코올, 마약 중독이 팽배합니다. 높이, 전철이 지나는 교량 아래로, 밤마다 잠을 청하는 사람들의 소형 천막과 장의자가 어지러이 놓여 있습니다. 이민 인구 비율이 원체 높아, 원하는 바를 전달하려고 해도 독일어로 한 문장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뤼네와 클라라 헤어만,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 자치 구청장은 이곳에서도 상원과 한판을 벌입니다. 지난주 월요일, 헤어만 구청장은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공동으로, 이 지역, "키츠(Kiez am Kotti)"를 위한 대책,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오는 2027년 말이면, 이곳에서 지난 25년간 진행된 재생 사업이 종료되는 가운데, 끝나지 않은 싸움을 계속, 더 잘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문제는 늘 그렇듯, '돈'입니다. 지난해, 시의회에서 키츠를 위해 조달한 25만 유로의 지원금이 올해는 나오지 않습니다. 상원은 키츠에 저소득 가구 숫자와 공개적인 마약 투여 사례가 너무 많고, 범죄율이 높으며, 환경 파괴와 교통 혼잡이 빈번하다며, 내심, 지금껏 바꾸지 못했는데, 이곳에 계속해서 막대한 공전을 투입하기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아니냐고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곳을 통째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 자치구에서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운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결국, 새로운 도시 재생 사업은 필요한데, 재정적인 뒷받침이 얼마나 될지, 정부 당국이 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완성할지가 관건입니다.


키츠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거리 예술. 최근, 한 주민이 그라피티 예술가들에 대해 내건 벽보 하나가  뜨거운 분쟁을 초래했습니다. [ⓒ jgseins__eins]


 또 하나의 정치적인 토론의 장을 뒤로하고, 괴어리처 파크와 코트부서 토어의 자극적인 사회 문제 심화에도 불구, 베를린 SO 36, (조금 더 넓게) 크로이츠베르크는 코트부서 브뤼케 건너편의 노이쾰른과 함께, "가난하지만, 매력적인 도시" 베를린에서도 독창적인 매력으로 손에 꼽힙니다. 특히, SO 36의 거리 예술은 자치구에서 관광객들을 사로잡으려 제시하는 주요 관광 상품, 하나의 "브랜드(각자 개성 넘치는 예술가들이 이를 들으면,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겠지만)"나 다름이 없습니다. 크기도, 색채도, 다양하며, 재료와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괴어리처 파크 북쪽, 거리에 수많은 튀르키예 국기가 휘날리는 슐레지셔스 토어 인근, 브랑엘키츠와 코티 주변, 키츠가 대표적인 베를린의 "그라피티 천국"입니다. Blu, Ash, Os Gêmeos 등,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자기 개성을 뽐내려고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무명 예술가가 그린 그림이 이들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길가의 기둥 하나, 간판 하나도 화폭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크로이츠베르크 한 건물 외벽에 동네 주민으로 추정되는 이가 붙인 벽보가 인터넷에서 뜨거운 분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며 시작된 이 글은 해당 집에 관광객이 살고 있지 않다는 점과 "집 대문에 그를 선전하고 다니지 않아도, 세계 페미니스트 혁명은 온다."라는 점, "Herta BSC('h'가 빠진, 잘못된 표기입니다)"를 지역 민속의 하나로 받아들이지만, 벽마다 그 클럽의 '분명한' 존재에 관해 공고하기는 과하다는, 불필요하다는 점을 "스프레이 뿌리는 이들"에게 알려주려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누군가는 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을 텐데, 제일 큰 논란이 된 부분은 그다음, "우리도 최소한의 미적인 기준을 갖고 있으니, 이 집 외벽에 그림을 더하려거든, 먼저, 누구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가 진정 어떠한 도움이라도 될지 생각해 보라."라는 말이었습니다. 자연히, 익명의 글쓴이에게 옹졸하고도 불손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익명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모르는 사람이 언질도 없이 대문에 그림을 도배하고 사라지면, 성이 날 수 있지만..."

 처음 그 벽보 내용을 듣고, 실은 많이 놀랐어요. 약간 겁도 났고요. 바르셀로나에서 와서, 나는 독일어를 못해요. 당신과 친구들이 그 문장 하나하나를 스페인어와 영어로 옮겨서 알려줬지만, 아무래도 번역 과정을 거치면서 표현 일부는 순화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내가 들은 내용대로라면, 그 글을 쓴 사람이 몹시 분에 차서, 의도적으로 공격적인 단어를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없이 내 집 대문에 뜻도 알 수 없는 그림을 도배하고 사라지면, 성이 날 수 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몇 번 그러고 도망가서 화를 사기도 했죠. 그래도 그때의 실수 덕분에, 매번 그런 식으로 작업해서는 그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나는 집주인의 사유 재산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작업하기 전에 그를 제일 중요하게 따져봐요. 아무튼, 여기까지는 내가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이성적으로 그 벽보를 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 거예요.

 하지만, "최소한의 미적인 기준"을 운운하는 건 예술에 대한 모독이에요. 그 평가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요.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지만, 그를 존중받기 원한다면, 먼저, 다른 사람의 의견도 똑같이 존중할 줄 알아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해서는 안 돼요. 이건 예술 작품을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고, 가장 기본적인 교양이기도 하죠. 그 벽보는 결국, 자신의 조건을 강요하면서부터 그 전체를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그나마 타당한 지적조차, 많은 거리 예술가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거예요. 나는 그의 비판이 시종일관 설득력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왜 그보다 정중하게, 더 잘 쓰지 못했나 아쉬움이 남아요.


 키츠에서 그라피티 아트가 불법은 아니라지만, SO 36의 고유한 창작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눈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일이라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물을 파손하는, 몰지각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사실, 모든 거리 예술가가 활동하면서 한 번쯤은 이와 같은 문제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논란의 벽보"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그래도 솔직한 글쓴이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는 동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벽보를 남긴 주인공은 좀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로 선을 타다가, 그만, 자기 논리적 모순에 빠지고야 말았습니다. "최소한의 미적인 기준"을 들이대기란, 진정으로 "표현의 자유"를 편들어 보호하는 이의 자세라고 보기 힘듭니다. 더구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그 평가의 척도를 제시하고자 했다면, 그가 알 수 없는 "우리"라는 군중 속에 자신을 숨기지 말아야 했습니다. 사실, 거리 예술가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세 가지'조차, 상호 간 내용 일관성, 연결성이 떨어지면서, 그가 정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갈하게 전달하지 못해, 중구난방으로 원망 불평하는 꼴이 됐습니다.

 여러모로 "코티의 그라피티 분쟁"은 "괴어리의 울타리 분쟁"과 닮았습니다. 지난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 기간, 쿠담에서 모국 대표팀의 승리를 축하한 튀르키예 출신 이민자 집단을 향해 "아직도 독일 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라고 힐난하던 이들의 모습과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이전부터 산재해 있던 크고 작은 문제를 한 군데 끌어다가 거칠게 제기한 뒤, 그 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데, 그가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몹시 치우쳐서,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극단적인 안이 진정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어느 순간, 사회 분위기를 삭막하게 할 뿐입니다. 민감한 사회 문제일수록,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흑백 시비를 가름하기가 매우 까다롭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베를린에는 나와 다른, 그래서 언제든 탓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순수한 악이 아니라, 안전한 거리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살 기회, 지레 겁먹지 않고 자기 개성을 뽐낼 자유가 필요합니다. 그가 우리가 알던, 최소한, 안다고 생각했던 베를린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나흘 전, 작가의 티스토리에 동일하게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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