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살롱™
누구에게나 혼자 버텨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스스로를 어떤 하중에도 버티는 콘크리트라 믿어야 하는 순간.
삶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다.
어떤 하중에도 굴하지 않고 정해진 수치만큼의 책임을 견디며 흔들림 없이 서 있는 구조물처럼.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안전한 상수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한 순간이 오면 문득 깨닫게 된다.
겉으로는 완벽한 수직도를 지키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아주 작은 떨림에도 무너지고 싶어 하는 연성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삶을 계측하고 기록하는 데 익숙하다.
좋은 풍경과 문장을 수집하며 내 것으로 만들려 애쓴다.
하지만 때로 기록은 현재를 놓치게 만든다.
기록을 멈춘 순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의 흔들림을 조용히 받아주던 시선들.
무너지려 할 때마다 말없이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
그 다정함은 인생의 댐퍼였다.
구조물이 지진의 진동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단단함 때문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진동을 흡수하고 상쇄해 주는 작은 장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삶도 어쩌면 그렇다.
조용히 건네진 다정함 하나가 마음 어딘가에 쌓이고 시간 속에서 신뢰가 되어 사람을 다시 버티게 만든다.
표준시방서에도 없는 그 조용한 마음들이 삶의 내진설계가 되어준다.
이제는 이 모순적인 배합을 인정해야 할 때다.
단단함은 생존을 위한 설계이고 기대고 싶은 말랑함은 존재를 위한 본능이다.
아주 미세한 떨림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때 깨닫는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강도도, 설계도, 계산도 아니었다.
조용히 건네진 다정함 하나가 마음에 신뢰로 쌓여 결국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인생의 가장 강력한 지지력이었다.
어쩌면 사람은 서로의 다정함 속에서 조금씩 구조가 되어 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