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눈부심이 되지 않기를 : 수화열

윤슬살롱™

by 윤슬살롱

한때는, 진심은 쏟을수록 좋은 줄 알았다. 좋으면 더 말하고, 더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다 쏟아내야 그게 진짜라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가까워지고 싶어서 했던 말들이 오히려 관계를 어긋나게 만들 때가 있었다. 내 마음은 분명 '온기'였는데, 상대는 왜 '화상'을 입은 표정이었을까. 그 답을 의외로 공학 현장에서 찾았다. ​콘크리트는 굳어가는 과정에서 수화열이라는 뜨거운 열을 낸다. 문제는 이 열이 너무 빠르게, 한꺼번에 올라갈 때 발생한다. ​겉은 식고 있는데 속만 계속 끓어오르면, 그 온도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물은 안에서부터 균열이 생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에서부터 무너지는 방식이다. ​관계도 비슷했다. 상대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내 마음만 앞서서 쏟아질 때, 그 진심은 온기가 아니라 버티기 힘든 압력이 된다.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돌이켜보면 그 말은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내 안의 뜨거운 열기를 제어하지 못해 터져 나온 비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련한 엔지니어는 수화열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한 번에 쏟아붓지 않고, 조금씩 나누어 채우고, 열이 식을 시간을 반드시 설계도에 남겨둔다. ​이 '식히는 시간'을 공학에서는 무엇이라 부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우리 마음의 온도를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윤슬살롱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윤슬살롱™ 투박한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삶을 밀도를 섬세하게 설계합니다. 이 글의 다음 설계는 윤슬살롱 "살롱노트" 에서 이어집니다.

3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더 마음껏 뛰놀기 위한 설계 : 신축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