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마음껏 뛰놀기 위한 설계 : 신축이음

윤슬살롱™

by 윤슬살롱

예전엔 무조건 딱 붙어 있는 게 정답인 줄 알았다. 자주 보고, 속속들이 다 알고, 서로의 빈틈까지 꽉 채워야 진짜 관계라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공학에서도 구조물을 오래 버티게 하는 건 '강도'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서다. ​설계할 때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작은 틈, '신축이음'. 날이 더워 팽창하든, 추워 수축하든 그 변화를 받아줄 여백이 없으면 아무리 단단한 구조물도 결국 내부에서 균열이 생겨버린다.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가 가끔씩 느끼는 그 미세한 거리감이, 실은 서로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 여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한 뼘의 이격이 있어야 우리는 부서지지 않고 더 오래, 그리고 더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이 틈은,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벽이 아니라 각자의 빛이 스며들 자리를 만들어두는 가장 다정한 설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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