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시대, 디지털 군중 속에 잃어버린 내면 :

왜 우리는 끊임없이 스크롤하면서도 허기를 느낄까?

by David Han
1_AI.png


“인간의 불행은 스스로와 함께 머무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2_.png

17세기 사상가 파스칼이 남긴 이 말은 지금 시대를 향해 더 날카롭게 들어맞습니다. 화려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과 단둘이 있어 본 기억은 드물어진 우리. 이것은 고독이 아니라 외로움입니다.


SNS를 넘겨보다가, 릴스와 쇼츠를 끝없이 소비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렇게까지 달려가고 있을까?”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3_.png


1. 연결의 홍수, 사라진 고독


일본 철학자 다니가와 요시히로는 지금을 “항상 접속된 사회” 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는 방 안에 혼자 있어도, 사실 혼자가 아닙니다. SNS 알림과 실시간 메시지, 추천 콘텐츠가 쉼 없이 우리를 끌어당기니까요.


이 연결은 단단한 소통이 아닙니다. 좋아요와 싫어요, 짧은 답글 하나로만 이루어진 얇은 자극일 뿐입니다. 그는 이를 “, 깊은 대화 대신 짧은 반사 신호만 오가는 사이에서 진짜 ‘만남’은 존재하지 않죠.


더 큰 문제는 멀티태스킹입니다. 음악을 틀면서 영상을 보다가, 동시에 채팅을 하고 뉴스 속보에 눈길을 주는 습관. 이 모든 집중 분산은 우리 내면의 대화를 차단합니다. 결국, 고독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합니다.


4_SNS.png


2. SNS는 해장술 같은 위안일 뿐


많은 이들이 SNS를 켜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불안, 소위 **포모(FOMO)** 때문입니다. 남들만 보는 것, 남들이 경험하는 것을 나만 알지 못한다는 두려움.


문제는 이런 두려움이 가라앉기보다는 더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추천 알고리즘은 당신이 *아직 보지 못한 것*만 집요하게 던져줍니다. 결국 SNS는 해장술과 같습니다. 고통을 없애려 마시는 술이 오히려 또 다른 숙취를 불러오는 것처럼요.


청년 세대에게 포모는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사회에 뒤처질까 두려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은 관계를 좇지만, 결과적으로 더 외로워집니다.


5_.png

3. 고립 속에서 고독을 회복하다


다니가와 요시히로는 해답을 “고립과 고독의 회복”에서 찾습니다.

여기서 **고립**이란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한 가지에 몰두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힘을 뜻합니다. 공부, 독서, 창작, 무엇이든 ‘방해받지 않는 상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독**은 그 고립 위에서 피어납니다. 고독이란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조용한 사유의 시간, 말 그대로 내면의 대화입니다. 반사적인 자극이 침묵할 때만 고독이 가능해집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고립은 무언가를 온전히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상태”이고, 고독은 “사유의 공간 자체”입니다. 스마트폰을 꺼두는 단순한 행동 하나가 진짜 고독을 부르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4. 취미와 글쓰기, 내면을 길러내는 일


그렇다면 고독은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만들고 키우는’ 취미를 강조합니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취미가 아니라, 씨앗을 심고 돌보는 일, 악기를 연습하는 일, 글을 쓰는 일처럼 자기 자신과 조용히 부딪히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글쓰기는 고도의 자기 대화입니다. 내가 쓴 말을 읽는 순간, 글 속의 ‘나’와 쓰고 있는 ‘나’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죠. 이 분리는 곧 성찰의 통로가 됩니다.


영국 시인 존 키츠가 말한 **소극적 수용력(negative capability)**, 즉 답을 서둘러 내리지 않고 불확실한 상태를 견디는 힘도 여기서 길러집니다. SNS에서 즉각적인 ‘좋아요/싫어요’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가장 결핍된 능력이기도 합니다.



5. 자치, 나만의 삶을 세우는 길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삶의 태도는 **자치(autonomy)**입니다.

이는 단순히 혼자가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회적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만의 기준으로 삶을 꾸려가는 상태입니다.


고독과 고립, 그리고 자기만의 취미와 사유의 시간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타인의 평가가 중심이 아닌 내 삶의 원칙이 세워집니다. 이것이 곧 자치입니다.


6_.png


6. 멈추어 서는 용기


우리는 매 순간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이 주는 위안은 얕고 공허합니다. 오히려 자꾸만 외로움을 확대시키죠. 그러나 가끔은 고립을 선택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치워두고, 번잡한 소통을 끊고, 단순히 자기 자신과 머무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만 진짜 고독이 자라며, 고독이 결국 자치와 자유로 이어집니다.

때론 ‘심심함’을 견디고, 호흡을 늦추며, 스스로를 향한 사색을 시작해 보는 것. 그것이 디지털 군중 속에서도 내면의 뿌리를 지켜내는 길일지 모릅니다.


https://record17373.tistory.com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 업데이트] AI 시대 생존 역량 3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