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
“침묵은 금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값비싼 대가로 돌아오는 빚일 뿐이다.”
— 2025년 《뉴욕타임스》 인터뷰 중
직장인으로 30년간 HR 현장을 지켜본 저에게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성과평가 면담 자리에서, 분명 더 받을 수 있는 연봉을 요구할 기회가 있었던 직원이 끝내 입을 열지 못하던 순간입니다. 그날 그는 집에 돌아가 후회했습니다. “아, 그때 한마디만 했어도…”
이 장면은 결코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4년 《포브스》가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67%가 회의나 면담에서 본인의 생각을 끝내 말하지 못하고 후회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침묵이 단순한 순간의 후회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커리어 기회, 리더십 이미지, 보상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이 더 두렵습니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 협상 전문가 일레인 린 헤링은 저서 《Unlearning Silence》(2024)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침묵을 전략으로 배우지만, 결국 그 침묵이 우리의 가능성을 질식시킨다.”
저 또한 HR 담당 임원으로 근무할 때, 수많은 직원들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은 얻을지 몰라도,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는 늘 배제되는 인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2025년 초,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벌어진 사례입니다. 제품 결함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엔지니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괜히 분위기를 깨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침묵했습니다. 문제는 두 달 뒤 현실이 되어, 회사는 수십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때 그가 단 한 문장만 꺼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례는 《서울비즈》(2025.3) 기사에서도 인용되었습니다. 조직에서 침묵이 얼마나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입니다.
말하기는 타고난 성향보다 훈련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HR 실무에서 직접 검증한 세 가지 실전 팁을 공유합니다.
“제 관점에서는…”으로 시작하기
상대를 반박하지 않고, 내 입장을 드러내는 가장 안전한 문장입니다.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말 대신 글로 먼저 시도하기
회의에서 말을 놓쳤다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정리해 전달하세요. 늦게라도 제시된 아이디어는 충분히 힘을 발휘합니다.
작은 질문부터 시작하기
큰 주장을 하려니 막막하다면,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은 질문으로 말문을 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질문은 대화의 문을 열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30년간 조직을 보며 깨달은 사실은 하나입니다. 리더가 침묵하면 팀 전체가 침묵한다는 점입니다.
구글의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도 확인했습니다. 성과가 높은 팀의 공통점은 탁월한 기술이나 천재성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말해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는 팀은 창의성과 협업력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관리자는 단순히 성과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깨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리 안건을 공유하고, 발언에 긍정적 피드백을 주며, 다양한 방식(회의·1:1·익명채널)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24.12)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침묵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조직 구조의 문제다. 리더가 보상하는 것은 발언인가, 아니면 침묵인가?”
이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지금 당신의 조직은 말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조용히 있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합니까?
저는 수많은 협상과 인사위원회 자리에서, 말하지 않아 후회한 직원과 한 문장으로 미래를 바꾼 직원을 모두 보았습니다. 차이는 거창한 스피치가 아니었습니다. 작은 용기, 단 한 번의 발화였습니다.
오늘 저는 독자 여러분께 이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딱 한 번만 의견을 내보세요. 작더라도 그 한 문장이 당신의 커리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침묵은 배운 것이지만, 충분히 버릴 수 있습니다. 말하기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를 만드는 열쇠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침묵을 깨는 기본기를 다뤘습니다. 더 깊이 있는 연봉 협상 스크립트, 회의 발언 템플릿, 리더가 팀을 움직이는 질문법은 티스토리 연재 **〈침묵 깨기 프로젝트〉**에서 구체적 사례와 자료로 이어갑니다. 관심 있다면 티스토리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https://record17373.tistory.com/27
https://blog.naver.com/whitebluesky01
- Elaine Lin Hering, Unlearning Silence, 2024
- Harvard Business Review, “The Cost of Silence in
Organizations”, Dec 2025
- 서울비즈, 2025.3, “스타트업 침묵 리스크,
수십억 손실로 이어져
- Forbes, 2024.8, “Why Most Employees
Regret Not Speaking Up at Work
- Google Aristotle Project, Re:Work 자료
1편: 침묵의 습관,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2편: 연봉 협상, 한 문장으로 결과를 바꾸는 법
3편: 리더는 어떻게 팀의 침묵을 깨뜨릴 수 있는가
4편: 데이터와 말하기, 신뢰를 만드는 새로운 언어
5편: AI 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