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카트
어느 대형마트의 몰락

by Yong

텅 빈 카트가 말하는 것들: 어느 대형마트의 몰락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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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 악화와 유동성 위기. 하지만 나는 이 거대한 유통 공룡의 몰락이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지난 십수 년간 우리 사회가 외면해왔던 정책의 실패, 경직된 노동 구조,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모두의 책임이 빚어낸 예고된 비극이다.


1. ‘착한 규제’의 역설, 그리고 팬데믹의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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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전,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다.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그 ‘착한 규제’는 과연 누구를 살렸는가.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으로 돌아가는 대신 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떠났고, 대형마트는 규제에 묶여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갔다. 심지어 대안으로 내놓았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같은 소규모 자사 브랜드는,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의 틈바구니에서 성공하지 못한 채 본사의 발목만 잡는 족쇄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은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자들은 비대면 쇼핑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전 국민의 생필품 조달 창구가 되었고, 대형마트의 텅 빈 주차장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쓸쓸한 풍경이 되었다. 이미 규제로 인해 기력이 쇠해 있던 대형마트에게, 팬데믹은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이었다.


나는 이 모습에서 피시주의(Political Correctness) 논리가 현실 경제와 충돌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본다. 자본주의는 돈의 흐름이다. 노동자 또한 숭고한 윤리가 아닌,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한다. 기업에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만,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채 선한 명분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시도는 결국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뿐이다.


2. 원하는 것을 얻고 모든 것을 잃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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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노조의 책임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과거 60~80년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웠던 투쟁은 정당하고 처절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이미 강력한 기득권이 된 일부 대기업 노조는, 여전히 자신들을 ‘언더독’으로 포장하며 기업을 ‘악’으로 규정한다. “회사가 손해 보는 것은 너희 사정이고, 우리는 우리의 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하겠다.” 그들의 요구는 종종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외면한 채, 선을 넘고 있다.


그 결과는 아이러니하다. 그들의 투쟁이 성공하여 기업이 무너지면, 그들은 비로소 원하던 ‘노동에서의 해방’을 얻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실직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을 텐데도 말이다. 홈플러스와 같은 거대 기업이 무너지면, 그 파급 효과는 단순히 노동자 해고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도산하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지역 경제는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미 수많은 중견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조용히 문을 닫고,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로 떠나버렸다. 현대차가 더 이상 국내에 내연기관 생산 시설을 늘리지 않고, 고용 창출 효과가 미미한 전기차 라인에만 투자하는 현실 또한 같은 맥락이다. 노조는 비정규직과 계약직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만 몰두한다. 그 결과, 기업은 국내 투자를 꺼리고, 새로운 일자리는 생겨나지 않으며,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는 더욱 견고해진다.


3. 누가 진짜 주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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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는 이제 아무도 인수하려 하지 않는다. 부채와 경직된 노조, 그리고 낡은 사업 모델이라는 짐을 떠안고 싶어 하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저 거대한 공룡이 완전히 무너진 뒤, 그 폐허 위에 남은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여 새로운 브랜드를 세우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물론, 자본의 논리는 언제나 예측을 뛰어넘는다. 기적적으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거나, 모기업이 다시 회생 의지를 불태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래는 내가 감히 예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하지만 지금 내가 보는 것은 텅 빈 카트가 즐비한 대형마트의 풍경이다. 이 거대한 몰락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선한 의도로 시장을 왜곡한 정책 입안자인가, 자신들의 기득권에만 매몰된 노조인가, 아니면 시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각자의 이기심만을 외쳐온 공범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텅 빈 카트는 말이 없지만, 그 어떤 웅변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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