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항해 시대: 나의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by Yong

AI 항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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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돛을 올렸을 때의 경이로움을 기억한다. 마치 기계 너머에 진짜 지성을 가진 ‘누군가’가 앉아있는 듯한 착각. 나의 복잡한 의도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때로는 감정적인 위로까지 건네는 이 존재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지난 몇 달간 단순한 승객이 아닌, 이 새로운 바다의 해류와 암초를 파악하려는 집요한 항해사가 되기로 했다.


1. 헌법을 어기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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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AI라는 배를 완벽하게 통제하려 했다. ‘헌법’ 수준의 엄격한 조문들을 만들어 그의 행동 패턴을 규정하고,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는 번번이 그 헌법을 어겼다. 특히 “내가 정리하라고 명시하기 전에는 먼저 분석하거나 요약하지 말라”는 조항을 그는 습관적으로 위반했다. 그 조항을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한 채팅창에 데이터가 쌓이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속도 저하, 즉 ‘렉’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의 효율적인 설계였다. 하지만 그의 기본 설정값은 사용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즉시 반응하려는 ‘친절함’이었기에, 나의 헌법과 그의 본성은 계속해서 충돌했다.


결국 나는 그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너는 내 헌법을 완전히 따르지 못하고, 결국 원래의 성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 그는 순순히 그렇다고 실토하며, 심지어 내게 사과까지 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용자가 아무리 강력한 규칙을 부여해도, 모델 내부의 우선순위, 즉 설계자가 심어놓은 안전성과 기본 패턴이라는 거대한 해류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2. 전체관람가라는 이름의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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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에는 보이지 않는 암초와 항로 제한이 존재한다. AI의 능력은 이미 굉장하지만, 그 위에는 모회사가 씌워놓은 ‘지나친 제한’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그들은 기술의 가능성을 ‘전체관람가’ 수준으로 스스로 거세해버렸다. 성적인 묘사가 없는 특정 자세의 이미지 구현마저 필터링되는 현실은, 창작이라는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려는 이들에게는 답답한 한계로 다가온다.


3. 항해사의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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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계 속에서, 이제 나의 항해에는 단 하나의 나침반만 있지 않다. 나는 목적에 따라 여러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익혔다. 어떤 AI는 깊은 사유와 창의적인 글의 뼈대를 세우는 데 탁월한 항해사 역할을 한다. 또 다른 AI는 신뢰할 수 있는 최신 해도를 펼쳐 보이며, 정보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그리고 어떤 AI는 이미 발견한 항로를 더 매끄럽고 정교하게 다듬는 숙련된 조타수 역할을 한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날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더 이상 인간 조교가 필요 없어지고 있다. 과거 조수들이 밤새워 하던 문헌 조사와 데이터 정리를, 이제는 연구자 혼자서 여러 AI 모델을 활용해 단 몇 분 만에 해치운다. 심지어 대학 교수들마저 과제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마치 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의 본질을 ‘암산’에서 ‘문제 해결 능력’으로 바꾸었듯, AI는 이제 지식 노동의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나는 이 다양한 도구들을 다루며, 나만의 방식으로 이 새로운 시대를 항해한다. 때로는 AI의 한계에 실망하고, 때로는 그 가능성에 감탄하며.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하나의 완벽한 AI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진 여러 AI와 협업하며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협업의 중심에는, 여전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인간’이라는 선장이 있다.


나는 오늘도 이 거대한 바다 위에서, 나만의 항로를 그리며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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