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래전, 아직 ‘인플루언서’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용산 전자상가로 향하는 전철 안, 한 젊은 남자가 아프리카TV BJ인 선배와 길고 긴 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송에 대한 그의 고민은 풋풋했고, 선배의 조언은 ‘짬’에서 나오는 여유로 가득했다. 하지만 당시 방송을 보지도 않던 내게 그들의 대화는 어딘가 어이가 없었다. 고작 저 정도의 마인드로 방송을 하고 조언을 한다니. 마치 자신들이 유재석이라도 된 듯한 태도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나는 그때 그 남자의 얼굴을 기억하지만, 훗날 내가 아프리카TV를 접하게 되었을 때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어이없던 풍경은, 오늘날 수많은 스트리머와 인플루언서들이 겪는 ‘반짝이는 성공과 허무한 몰락’의 서막이었을지도 모른다.
1. 수억 원의 수익, 그리고 시작되는 착각
현대의 미디어 환경은 평범한 개인에게 하룻밤 사이의 스타가 될 기회를 제공한다. 특정 이슈에 편승하거나, 대중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콘텐츠 하나로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하는 스트리머들이 있다. 그들은 짧은 기간에 수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비극적인 착각이 시작된다.
“이대로라면 1년에 십수억은 벌겠구나.”
단기적인 성공에 심취한 그들은, 그 흐름이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소비를 늘린다. 고급 외제차를 뽑고, 번듯한 집을 계약하며, 명품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팬덤의 관심은 변덕스럽고, 알고리즘의 은총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언제든 수입이 제로(0)가 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직업임에도, 그들은 이미 높아져 버린 생활 수준을 되돌리지 못한다.
2. 세금이라는 이름의 폭탄
그렇게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던 그들에게, 1년 뒤 어김없이 ‘종합소득세’라는 폭탄이 떨어진다. 그들이 번 돈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세금으로 청구되지만, 이미 탕진해버린 뒤다. 현금 흐름이 막힌 그들은 조급해지기 시작하고, 결국 유혹에 빠진다. 검증되지 않은 제품의 광고를 받고, 위험한 투자 리퍼럴에 손을 대며, 심지어는 범죄에 가까운 코인 방송에까지 발을 들인다.
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단기간에 반짝 떠오를 수는 있어도, 몇 년을 버티는 것은 상위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결국 무리한 시도를 하던 그들은 대중의 신뢰를 잃고, 한때 그들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팬들 앞에서 처참하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3. 가장 추악한 코스프레
내가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어이없고 추악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들이 몰락의 책임을 대중에게 돌리는 순간이다. 그들은 자신의 착각과 과소비, 잘못된 선택으로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악플 때문에 힘들었다”, “대중의 시기와 질투가 나를 망가뜨렸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성공의 단맛은 자신의 능력 덕분이고, 실패의 쓴맛은 세상 탓이라는 이기적인 논리. 그것이야말로 ‘성공이 빚어낸 착각’의 가장 비참한 결말이다.
나는 오늘도 유튜브와 스트리밍 플랫폼을 떠도는 수많은 ‘반짝이는 별’들을 본다. 그들의 화려한 성공과 초라한 몰락을 지켜보며, 나는 오래전 전철 안에서 들었던 그 BJ의 목소리를 다시 떠올린다. 어쩌면 그는, 이 신기루 같은 세계의 무상함을 누구보다 먼저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 선구자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