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현대인의 '나 중심' 사고를 묻다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춰 서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자동차 운전대는 그런 고민을 가장 첨예하게 마주하는 공간이다. "할 수 있는 것(Can)"과 "해야 하는 것(Should)".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태도가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서 심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더욱 짙어진다.
운전 중 보행자 신호에서 우회전하는 상황은 이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당연히 일시 정지해야 한다. 보행자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뒷차가 앞차에게 왜 안 가냐고 빵빵거리는 블랙박스 영상이 유튜브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 영상 속 뒷차 운전자들은 왜 그리도 안달인 걸까?
문제는 그 상황이 "가도 되는 것"은 맞을지 몰라도,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보행자가 없더라도 언제든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이나 노약자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에 보행자가 없다는 이유로 "가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은 안전보다 자신의 편의를 앞세우는 사고방식의 단면이다.
놀랍게도 이런 영상의 댓글 중에는 "저 상황에선 가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수 존재한다.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정지하는 것이 옳음에도 말이다. 이는 단순히 법규를 모르는 것을 넘어, '갈 수 있으면 가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이 사회 저변에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한 유튜버의 댓글처럼, "해도 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는 명제가 너무나 당연한 진실인데도 말이다. 언제라도 보행자가 튀어나올 수 있기에 기다리는 것은 지극히 안전하고 정상적인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기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은 답답함을 넘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성향이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에게서 심하게 나타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나르시시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자기중심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사례는 비보호 좌회전 문제다. 최근 유튜브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남성 운전자가 빨간불에 대기 중인 블박차주에게 "왜 비보호 좌회전을 안 하냐"며 빵빵거리고 시비가 붙는 장면이 있었다. 심지어 그는 빨간불에 가는 것이 비보호 좌회전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비보호 좌회전은 직진 신호 시, 맞은편 차량 및 보행자에 방해되지 않을 때만 좌회전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규칙이다. 빨간불일 때는 절대 좌회전 불가. 즉, 법적으로 빨간불에 좌회전하는 것은 명백한 신호 위반이다. 그런데도 "갈 수 있는데 왜 안 가냐"며 자신의 잘못된 논리를 타인에게 강요하고 심지어 시비까지 거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해당 영상에도 여전히 "가도 된다"고 우기는 댓글이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러한 오해와 자기중심적 사고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보여준다.
이들은 스스로는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떤 사안에 대해 중요한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이다. 단순한 우김을 넘어, 상황의 전제 조건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단순한 논리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운전에서 마주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논리로 설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괜한 시비나 감정 소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현실에서는 상대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운전 문제를 넘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기 주장만 드러내면 즉각적인 보상을 받는 즉각적 보상 사회와 경쟁적 환경은, 타인 배려보다 자기 편의와 성과를 우선시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강화시킨다.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더라도, 그 성향의 '희석형'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도로 위에서까지 "내가 갈 수 있으니, 네가 틀렸다"라는 식의 태도가 만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뒷차의 압박에 못 이겨 무리하게 우회전하다 사고가 나거나 신호 위반 신고로 벌금을 무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법적으로 무리해서 가다가 사고가 나면 뒤차의 재촉은 전혀 통하지 않고 100% 운전자 본인의 책임이 된다.
심지어 우회전 안 한다고 빵빵거리다가 굳이 앞서가서 보복운전까지 하는 이들도 있는데,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 있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운전은 개인의 능력이나 차량 성능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도로라는 공적 공간에서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을 지켜야 하는 활동이다.
아무리 뒤에서 빵빵거려도 "가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절대 가면 안 된다. 그 재촉에 못 이겨 움직이는 순간, 잘못된 책임은 나에게 돌아온다. 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나의 법적 책임을 지키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조금의 기다림과 양보가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