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그 안의 그림자
나는 사교육 업계에서 15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이 세계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리,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왜곡된 교육 철학이 뒤섞인 복잡한 생태계다. 최근 소상공인들의 인력난이 화두지만, 이곳 사교육 현장 역시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과 '일할 곳이 없다'는 한숨이 교차하는 모순의 공간이다.
학원들은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들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대학생 위주로 14시간 이하 파트타임 강사를 여럿 고용한다.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니다. 때로는 정식 강의까지 맡기며 사실상 정규 강사의 역할을 요구한다.
이 구조의 실상을 모르는 부모들은 오히려 '젊은 강사'라며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열정적이고 아이들과 잘 소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학원의 인건비 절감 전략이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하다. 그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 속에서 학생들에 대한 장기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강사는 수시로 바뀌고, 학생들은 체계적인 지도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기 일쑤다.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나만의 커리큘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그런데 경험도, 시간도 부족한 파트타임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고 '실적'을 원한다니.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불안정한 구조를 가진 업체들이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점이다. 그들은 초반 원생 모집을 위해 과도한 저가 프로모션으로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운영하던 나 같은 이들까지 "왜 저기는 더 싸냐"는 압박을 받게 되고, 사교육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일타강사들의 문제 유출 사건만 크게 다루지만, 지역 학원들의 '숨은 문제'는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나는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알고 있다. 일부 학원들이 시험 문제를 유출하거나 유사 기출을 활용해 단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그것은 학생에게 너무나 '쓰레기 같은 짓'이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풀어준 문제가 시험에 비슷하게 나오니 '우리 학원 대단하다'고 착각하겠지만, 그것은 실력 향상이 아니다. 거짓된 성취감에 취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잊게 되고, 결국 진짜 승부를 해야 할 고등학교 고학년 때 무너져 내린다. 교육의 본질인 '성장'이 단기적인 '점수 적중'으로 대체되는 순간, 교육은 장삿속으로 전락하고 아이들의 미래는 담보 잡힌다.
한때 나는 혼자 공부방을 시작해 그런 대형 학원들을 실적으로 모두 이겼던 시절이 있었다. 주입식, 문제풀이 위주의 낡은 방식을 혐오했고, 나만의 교육 철학이 통했다. 하지만 성과가 드러나자 출처 불명의 루머에 시달렸고, 시장의 흐름도 바뀌었다. 이제 남아있는 대형 학원들은 아이들을 하루 종일 붙잡아두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그 실적은 초라하다. 200명 중 5명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그저 '확률 게임'일 뿐이다.
요즘 세대 부모들의 성향과 맞물려, 나의 방식은 오히려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들은 아이의 근본적인 성장보다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와 학원에 장시간 동안 묶어두는 시스템을 더 선호한다.
즉, 집에서 아이가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 걸 보며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붙잡혀 있는 걸 보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 부모들이 많다.
아무리 혼자 "저건 잘못되었다"고 외쳐봐야 거대한 구조는 바뀌지 않고, 내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결국 나 또한 현실에 맞춰 변모해야 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교육자로서의 이상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고된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는다. 단기적인 성과로 아이들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것을.
비록 지금은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그 본질만큼은 결코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혼탁한 사교육 시장에서 내가 버텨내는 이유이자, 선생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는 누구도 완벽한 답을 내릴 수 없다. 교육은 수학 공식이 아니니까. 그래서 나는 단기 성과와 본질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끝없는 고민 자체가 교육자의 운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