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듣기엔 조금 재수 없을지도 모를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나와 어느 정도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은 보통 나를 보고 '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중반까지는 내가 남들보다 특별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도 나처럼 생각하는데, 단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을 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질문에 중간 이상 가는 아이가 제대로 답변을 못 할 때도, '그냥 말을 안 하는 거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것은 침묵이 아니라, 정말로 생각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항상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의 설명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동시에 '저렇게보다는 이렇게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될 텐데' 하고 대안적인 전달 방식을 떠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처음 듣는 학생 입장에서 궁금할 법한 포인트를 왜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지 의아해하며, 그 빈틈을 머릿속에서 스스로 채워 넣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나는 쉬는 시간에 딱히 공부하는 모습도 없고, 특별히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성적이 나오는 아이였다. 그들이 몰랐던 것은, 수업 시간 내내 쉴 새 없이 돌아가던 나의 머릿속이었다. 남들이 선생님의 말을 받아적기에 바쁠 때, 나는 이미 그 내용을 이해하고, 구조화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끝내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중반, 내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머리가 빠르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 나는 동시에 다른 생각도 굳혔다. "이런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 하면 안 되겠구나." 질시를 받거나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내가 사교육 현장에서 15년간 목격해 온 '공부 재능'의 실체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사교육을 하면서 나는 공부에 재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하고 있다. 학생들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설명을 해도 어떤 아이는 즉시 흡수해 응용하는 반면, 어떤 아이는 몇 번을 반복해도 이해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대형 학원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머리가 잘 돌아가는 아이들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다. 그 아이들이 곧 학원의 실적이고, 영업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방식이 싫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형 학원에서 성공 사례로 내세우는 아이들은, 사실 학원이 뭔가를 해서 성공한 게 아니다. 그들은 원래 성공할 아이들이었다.
"대형 학원이 유명해진다 → 아이들이 더욱 몰린다 → 확률적으로 머리 좋은 아이들이 섞여 들어온다 → 그들이 좋은 대학에 간다 → 그것이 다시 학원의 선례가 된다."
이것이 대형 학원이 만들어낸 성공의 순환 고리다. 나는 이 구조를 설명해봤자 학부모나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여러 명을 길게 보는 나의 입장과, 당장 자신의 성적이 중요한 그들의 입장은 다르기 때문이다. 전달은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 이 바닥에서는 '성적'이라는 결과만을 보고 선택을 내린다.
내가 학창 시절 머릿속에서 홀로 했던 '실시간 정리'를, 나는 '수업 정리 노트'라는 숙제로 표면화했다.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공부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대형 학원처럼 원래 성공할 아이들을 모아 그들의 성공에 숟가락을 얹는 대신, 평범한 아이들에게 진짜 공부의 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비록 더디고 힘든 길일지라도, 그것이 내가 15년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