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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초태양반오로라 Feb 15. 2024

학교에 간 열정쌤

좀비아포칼립스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는 화창한 날씨가 기분을 더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인생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유난히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지난번 둘이 했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간간이 높인다. 또 받아쓰기 시험 점수에 따라 엄마한테 죽었다는 둥, 100점 받으면 기프트카드를 사준다고 했다는 둥 저희끼리 자랑과 불만을 토로한다.

 ‘얘들아, 받아쓰기 시험 못 봐도 괜찮아. 너희 때는 실컷 놀고 푹 자고 잘 먹는 게 최고야.’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키며 아이들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계단을 씩씩하게 올라 교실에 들어갔다. “얘들아, 안녕! 좋은 아침이다. 미세먼지도 최고 좋음이라 창문 좀 열게.”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인사하자 아이들의 목소리로 교실이 가득 찼다.      

 1교시 국어 수업도 아이들이 잘 참여해서 기분이 좋다. 나는 나 나름대로 뿌듯했고(아이들을 웃겨 주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움 활동에 잘 참여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즐겁게 공부했으니  뿌듯했을 것이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시러 가고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다. 신나게 놀던 아이들의 모습도 잠시, 교실 뒤 쪽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큰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민석이와 승철이었다. 잠시 지켜보다 아이들을 불렀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승철이가 부활이 안 됐는데 공격했어요.”

 “부활?”

 “네, 상점에 가서 해독제를 받아야 부활하는데 승철이는 해독제 없었어요.”

 “아니야, 나 있었어.” 민석이의 말에 승철이가 재빨리 대답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좀비아포칼립스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 놀이에서 좀비에게 공격을 받은 아이는 좀비가 된다. 좀비가 된 아이는 상점에 가서 종이돈 1000원으로(이 종이돈도 아이들이 만든 것으로 어른이 보기엔 많이 조잡하지만 아이들은 필통에 소중히 보관해 놓고 쉬는 시간에 사용한다.) 해독제를 사면 부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승철이한테는 종이돈이 없었다는 민석이의 주장에 승철이 있었다고 우기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럴 때 나는 실력발휘를 한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것이다.

 “승철아, 정말 돈 있었니?”

 “네.” 승철이의 눈을 본다. 눈이 ‘정말이에요’를 말하는 것 같다.

 “민석아, 승철이에게 돈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왜냐면 승철이는 돈을 받은 적이 없어요.”

 “돈은 누가 주는데?”

 “상점 사장님이요.”

 “상점 사장님은 누구니?”

 “성준이요.”

 성준이를 불렀다.

 “성준아, 승철이한테 돈 준 적 있니?”

 “어... 잘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난다는 성준이의 말에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했던 나의 계획은 실패했다.

 하지만 교실은 법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넘어간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을 해야 한다. 이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예로 들어 알려주는 것이다.

 “얘들아, 친구끼리 놀다 보면 다툴 수 있어. 그런데 큰 소리로 싸우다 보면 서로 감정이 상해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잖아. 민석이도 해독제 없는데 부활해서 왜 공격하냐고 소리 먼저 지를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부활했냐, 다른 친구가 해독제 줬을 수도 있으니까~ 너, 해독제 어디서 났냐 이렇게 물어보고 승철이도 해독제 있다고 소리만 지를게 아니라 어디서 났는지 말하면 민석이도 이해할 것이고 이렇게 차분하게 얘기하면 되었을 텐데 말이야.”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아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듯하다.

 “다 같이 지내는 곳에서는 서로 배려와 존중을 하며 자신이 양보해야 할 때도 있고 공동체 생활에서는 자신이 한 행동만 맞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길어지니 그제야 아이들의 표정에 변화가 있어 보인다.

 “선생님, 저희 화해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다음 쉬는 시간에는 다투지 말고 놀자.”

 “네.”

 역시 나는 참 교사다. 아이들을 설득시키고 행동변화 약속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2교시 수학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이 또 좀비아포칼립스 놀이를 한다. 서로 깔깔거리며 좀비가 되었다가 부활했다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나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 것도 잠시,

서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 시작했다. 같이 놀던 아이들이 놀이를 멈추고 싸우는 아이들 주변에 모여들었다.

몇몇의 아이들이 그만하라고 말려도 둘 다 질 생각은 없는지 서로 우기며 열심히 싸웠다.

“야아~~~ 너 왜 나 공격해?”

“뭐가~내 마음이지.”

“뭐가 네 마음이야? 너 좀비 아닌데 왜 그러냐고?”

"아, 진짜!"


“얘들아~선생님한테 오세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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