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이
영화관 데이트를 요청하기에 아무런 기대 없이
유해진배우 주연의 <왕과 사는 남자>를 보러 갔다
장항준 감독의 작품 완성도가 놀라웠다
숙부인 수양대군이 한명회와 함께 역모를
일으키고 단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사극인데
단종과 유배지의 촌락민들간의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가 실컷 웃게 하고 폭풍 오열하게 하는
최강 몰입도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
한층 더 세련되고 성숙해진 배우 유해진의
명품연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는 목숨을 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고
자손들까지 도피와 은닉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엄흥도의 역할을 맡았다
예전에 우연히 읽은 자료에 의하면
어린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형님 문종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조카를 몰아내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왕위를 차지한 수양대군은 평생 동안 악몽과
피부병으로 고통을 받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들들도 단명하였다
그리고
왕비나 후궁으로 입궁한 역적 한명회의 딸들도
병이나 산후욕으로 요절하였다고 하니
세상사 권력이든 돈이든 사람이든
지은 인연으로 인한
인과가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불교 가르침의 핵심이기도 하다
1차로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야키토리야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귀가를 하는 중에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이 사돈어른과 함께
영화도 보고 맛집도 가고 인생 네 컷도 찍었다는데
우리가 본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재미나게 감상평을 나누었다
착하고 이쁘게 사는 조카부부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오니 앞집언니께서 선물을 주셨다
농장에서 손수 가꾸신 채소들로 만드신
김치와 물김치였다
아 깊고 깊은 엄마 손맛이다!!
감동의 쓰나미에 제대로 저격당했다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살 일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도대체 무슨 복이란 말인가??
다정하고 온화하신 언니처럼 곱게 나이 들어가도록
노력을 해야겠다고 한 번 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세상 쿨한 여장부이고 고요하고 우아하시다
언니는 진짜 멋진 어른이라
목표가 너무 높은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방향성은 잃지 않도록 마주 보고 사는 인연에
감사한다
힘이 더 빠지면 어쩌면 나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