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의 일이다.
도쿄의 변두리인 무사시세키에서
번화가인 키타 신주쿠로 이사한 얼마 후
일본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게 되었다.
100엔짜리 동전 하나도 소중하게 쓰던
유학생 신분이라 편의점에서 파는
조각 케이크 두 개와 캔맥주로
둘만의 조촐한 파티를 약속하고
남편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트리와 캐럴송으로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분위기를 잔뜩 고조시키는 상점들을 지나면서 우리도 덩달아 들떠있었다.
잠시 후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뒤편으로
노숙자 한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낡아빠진 종이상자 몇 개를 펼쳐
차가운 겨울바람을 애처롭게 피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그에게 다가가
조각 케이크 하나를 내밀었다.
-하늘로부터 온 선물입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얼떨결에 케이크를 받아 들며
이가 거의 다 빠져나가고 없는
입을 오물거리며 물었다.
-이유가 뭔가요?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크리스마스니까요!
-고마워요, 천사님.
그가 맑은 눈동자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그 순간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따뜻한 에너지가 그와 나를 감싸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편이 돌아서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남은 한 조각의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행복한 크리스마스 전야를 보내었다.
캐럴송과 트리가 거리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한 번씩 떠오르는 따뜻한 추억이다.
화려한 식사와 멋진 선물로 즐거웠던
크리스마스의 추억들보다
가난했던 도쿄의 크리스마스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양손에 쥐고 있던 것 중에서 하나를
꼭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내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