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기

by 자유인

40초반쯤

나의 심신이 병약하고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워 힘들던 시기에 진료 중 닥터 K는 나의 내면에 마음의 뿌리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순간 나는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들킨 것처럼 부끄럽기도 하고, 나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버려 후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보겠다는

오기 비슷한 꿈이 생겼다.


그 이후로

나는 깨달은 분들의 경험과 가르침을

책으로 만나며

명상을 통해 삶을 통찰하려고 노력했다.

중년이 된 나이에 이제와 새삼 급할 것도 없어서 쉬엄쉬엄 하기도 하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실천이라는 명제 앞에 넘어졌다가도

툭툭 털고 일어서서 가던 길 계속 가기도 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정진한 몇 해가 지났다.

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흔들릴 때는 있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쉽게 넘어지지 않는

조금은 단단해진 나를 본다.

초기에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수도 없이 넘어지기도 하고,

울고불고 일어서기도 했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느리고 더디지만

나는 꾸준히 나의 영적 토양에

내면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언젠가 오랜 시간이 지나

내 영혼이 뿌리 깊은 아름드리가 되면

나의 그늘에서 쉬어가는 인연도 보고

영감을 얻어가는 도반도 보고 싶다.




삶은 고단하지만 신비한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