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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인 May 17. 2024

소공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8년을 함께 살았었던

조카가 씩씩하고 어여쁜 아가씨로 자라나

이르는 곳마다 세상을 선하고 아름답게

물들이는 조용한 마법을 부리고 있다

그녀와 인연이 되는 학교와 직장마다

타고난 빛의 본능을 마구마구 뿌리고 다니는 눈부신 20대를 즐겁게 누리고 있다


젊은 시절 온갖 상처와 고통을 이고 지고

절름거렸던 나는

그 아이의 빛나는 존재감으로

충분히 행복하게 대리만족을 했다

그리고

맑고 밝은 그녀에게 받은 영감으로

이번 생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자가치유가

제법 진도를 나간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지만

나를 닮아 까칠하고 예민했던

우리 아들이 천사 같은 누나랑 살면서

좋은 물이 들어서 듬직하고 멋지게 자랐다

신의 보너스였다




그녀의 생일에

남편은 나에게 생일상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무겁게 살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고

그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산책을 다니는 절에 공양미를 올리고

완벽하지 않았지만 애쓴 나 자신에게

눈꽃치즈파스타를 점심으로 대접했다

그리고

선물을 고르는 재주가 없어서

축하 금일봉을 준비하고

저녁에는 함께 외식을 하기로 했다


성냥팔이 소녀 같았던 내 청춘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거부하고

나는 그녀에게 소공녀의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백마를 탄 왕자님을 기다리지 않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어

똘똘하고 듬직한 왕자를 간택하는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었다

진심으로 기특하고 축복한다




제가 이모랑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이모는 깨지기 쉬운 투명한 유리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의 이모는 투명하고 단단한 강화유리 같아요


하고 웃어주는 어여쁜 나의 소공녀야!

너는 처음부터 한결같이 맑고 강인한

금강석 같은 존재였단다

타고난 다이아몬드 멘탈이 부럽구나

이모의 꿈은 너 같은 존재가 되는 거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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