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또다시 괜찮지 않았다
가족의 죽음과 상실감은 익숙해지지 않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아팠다
작은 언니와 엄마를 보내고는
지독하게 우울했었는데
오랫동안 아팠던 큰 언니를 보내고는
지독하게 무감각하고 무기력했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 것이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연휴에 예정되어 있던 여행을 취소하고
남편과 함께
매일 바닷가에 가서 밥을 먹고 해안을 산책했다
그의 넉넉한 다정함에 마음껏 기대어서
먹고 걷고 쉬고 푹 잤었다
그러는 동안에 컨디션을 조금 회복하고
지독한 무기력에서 벗어났다
나에게 바다라는 공간은
변함없이 회복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아직은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계속해서 그런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주말에 우연히 거리에서 지인을 마주쳤다
그녀가 이웃 동네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3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마침 서로 시간이 되어 차 한잔을 하게 되었다
서로의 안부와 이웃의 소식이 오고 갔다
그녀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남편이 대기업의 임원이 되고
아들이 한의대를 가고
투자한 방산주가 대박 나고
보유 중인 남편 회사의 자사주를 통해
배당금이 들어오는 굿뉴스를 전해 주었다
나는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했다
무지 부러워도 질투는 나지 않았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데도
남의 행복에 이렇게 한 치의 시기심도 없이
순도 높은 기쁨을 공유하고
순수한 축하를 해줄 수 있음이 신기하여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편의 사회적 지위나 높은 연봉에 비해서
소탈하고 소박한 그녀가 항상 겸손한 자세로
낮추어서 살면서 검소한 남편을 응원하고자
다양한 아르바이트까지 꾸준히 해 왔기에
그녀는 그런 행운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늘 했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우연히 듣게 된 모든 법문과 강의가
남의 행복에 시기심을 느끼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이 되면
행운의 길목에 들어선 신호라고 했다
웃음이 났다
행운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도 좋고
그 원리가 이해되는 것도 좋았다
긍정은 긍정을 부르고
부정은 부정을 부른다는 의미이다
시기심과 질투심은 부정성이므로 스스로
세상에 그런 어둡고 차가운 에너지를 보내면
자기에게도 동일한 부정의 기운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위로와 응원과 진심어린 축하처럼
내가 세상으로 보내는 맑고 밝은 에너지가
나자신에게도 그런 긍정의 기운을
부르는 것이다
인생은
무엇이든 내가 세상에 보낸 것이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는
메아리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