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 탄신일에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였다
산책로 곳곳에 널브러진 강아지 똥을 관찰하였다
누군가는 밟을 뻔하고
누군가는 급히 피하려다 넘어질 뻔하였다
가족 산책을 마치고 강아지용 배변봉투를 들고
다시 나가서 내 강아지 똥을 치우듯 정리했다
내 마음이 묻고 내 마음이 대답하였다
-왜 그런 것에까지 에너지를 쓰니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이 밟을까 봐 염려되어
치우고 잊는 것이 편할 듯하여 그리 했지요
-더럽지 않았니
-그 똥 자체보다는 그 똥을 치우지 않고
도망간 사람의 마음이 더 더럽지요
저녁에 제법 세차게 비가 왔다
강아지 똥을 낮에 치우지 않았으면
이쁜 데크길에 똥물이 번져서
엉망이 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약간 비위가 상했지만
치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함께 맥주를 한 잔 하며
남편이 너무도 자상한 멘트를 해서 감동했다
-기적으로 다시 살아난 당신이 행복하도록
내가 더 노력할게
나에게 다시 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있잖아
앞으로는 남의 강아지 똥까지 치우지는 마
나는 농담으로 대답했다
-이런 자상하고 스위트한 남편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선물로 받는 축복이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