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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낭만의 시대

by 자유인

속독에 집착하던 습관을 고치기로 다짐하고

문형배 전 재판관님의 책을

천천히 조금씩 다시 보고 있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을 읽고 쓴 감상문의 마지막 문장에서 그는 묻는다



우리나라는

열린 사회인가 닫힌 사회인가?




함께 사는 술친구와의 토론에서

우리는

비판적 합리주의니 논리 실증주의니

반증주의니 하는 그런 어려운 이론들을 뒤로하고

간단명료하게 우리만의 철학을 정리했다


아버지의 경제력과 어머니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인 조력 없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 열린 사회라고

맥주 한잔으로 의기투합해서 결론을 내리고

귀가하는 길에 잘생긴 의사쌤을 만났다

친구의 남편이다


시골에서 들일을 거들며 일하기 싫어서

공부하는 척을 하다가 재미가 붙어서

진짜 열심히 공부했더니 덜컥 의대에 합격을 해서

부모님이 사활을 걸고 학비를 대고

공부를 시켰다는 훈훈한 전설의 인물이다




낭만이 있는 시대는 저물어 버린 것이 아닐까

누구든지 자기만 열심히 하면

개천에서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었던 것은

수능만으로 대학을 가고

전 과목 10회독으로 사시에 합격해서

배경의 조력 없이 날개를 달 수 있었던 세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의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인데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민낯이다

어쩌면 우리가 낭만의 시대를 살았던

마지막 세대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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