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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언가 Mar 29. 2023

불온한 이미지 : 안티 포르노

오늘이 생일인 건 말하지 말자


영화판에서 불온한 감독을 꼽으라면 소노 시온은 꼭 끼어들어가지 않을까. 그의 영화들을 보면 어딘가 불편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며, 기존 정의를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반골기질 가득한 일본 영화판에서 손에 꼽히는 반항아가 소노 시온이다. 그런 그가 포르노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제목이 안티(반反) 포르노란다. 


겉으로만 본다면 이 영환 포르노가 맞다. 영화 속 대사처럼 10분에 한 번은 노출씬이 나오는 포르노 영화이다. 하지만 대사들을 꼼꼼히 듣다 보면 반反 감정들이 주인공의 입을 타고 구역질처럼 올라온다. 주인공의 입을 타고 내뱉는 소노 시온은 주장은 그렇다. 여성들은 세상이 만든 '자유'라는 속박에 갇혀 오히려 성性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메타 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영화는 영화 속 영화 안에서 연극 무대에서, 머리로 그리는 환상 속에서만 성적으로 자유롭다. "컷" 소리가 들리고 무대 밖으로 밀려나면 소심하고 유약하며, 기죽어 있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나를 속박하는 불길하고 더러운 자유를 

썩은 하수에 흘러 보내겠어


자유라는 거짓에 속아서 표현의 자유를 칭송하지만 

아무도 자유를 누리지 못해 알겠어?


이 땅의 여자는 누구 한 사람도 

단 한 사람도 진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유를 섬기고 노예가 되어 자유에 휘둘리면서 

자유로운 척을 해야 한다고


거리의 싸구려 매춘부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주제에

자유에 희롱당하고


넌 매춘부야?

언제 매춘부가 될 거야?



병 속에 갇힌 도마뱀은 주인공 쿄코의 은유이다. 그녀는 과거의 트라우마, 성은 더럽고 나쁘다며 프레임 씌운 부모의 세상에서 어릴 때부터 몸짓을 키워왔다. 환상 속에서 진짜 자유는 만끽하지 못한 채로. 빠져나오기엔 너무 커버렸다. 


난 틀렸어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어

어린애 그대로야


나는 처녀조차 못 돼

매춘부도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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