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쓰는 데에서 가성비 떨어지는 인간, 그게 나다.
난 뭘 하나 배워도 남들보다 늦게 터득한다. 운동, 춤, 악기, 노래…그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사실 ‘터득’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민망하다. 터득은 이치를 깨닫게 되는 건데 난 위의 언급한 그 어떤 것의 이치도 깨닫지 못 했다.
골프가 유행한다기에 배웠다. 내가 가성비 무지 떨어지는 인간이라는 것도 잊은 채 말이다.
남편과 함께 시작했는데 나는 남편보다 레슨을 3배 정도 많이 받았는데도 점수는 남편보다 10점 이상 높다. 거의 매일을 연습장에서 1시간 넘게 연습하고 레슨도 100번 가까이 받았건만 여전히 정말 못 친다. 반면, 남편은 거의 도요타 프리우스급의 연비를 보여준다. 레슨도 적게 받고, 연습도 귀찮다고 안 나가는데 나보다 잘 한다. 대놓고 화가 난다.
“오늘 또 연습했지?”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시큰거리는 손목을 부여잡고 있는데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안 간 척 했지만, 또 갔다. 또 갔는데도 여전히 못 하고 몸은 시큰시큰 아프고 아주 미치겠다.
필라테스가 유행할 때는 필라테스도 했었다. 어느 날 선생님은 날 가르쳐 주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니…회원님…”
땀은 비오듯 흐르는데 그 땀이 무색하게 거울 속에 비친 내 동작은 처참했다. 이미 선생님이 5번은 알려준 동작이었다. 땀이 많이 나서 다행이었다. 흐르는 내 눈물이 가려질 수 있었으니까.
대학생 때 댄스 동아리에 가입한 적 있었다. 힙합을 너무 춰보고 싶어서였다. 나름 가입 테스트도 봤는데 어떻게 통과됐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친구와 함께 동아리 첫 연습이 있던 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연습실에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땀냄새가 훅 끼쳤다. 여긴 술이나 마시고 놀러다니는 곳이 아닌, ‘찐‘이었다.
선배들이 몸을 고정한 채 목만 움직이는 아이솔레이션을 가르쳐줬다. 머릿속에서 내 목은 나의 몸이라는 속박을 벗어나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거울에 비친 현실 속 내 목은 몸에 딱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뭇가지를 쪼고 있는 딱다구리가 따로 없었다.
삐그덕 삐그덕
내가 아이솔레이션 하는 장면이 만화였다면 분명 내 얼굴 옆에 저 글자가 둥실 떠 있었을 것이다. 함께 간 친구는 처음엔 나처럼 고군분투하더니 몇 분 안 돼 선배들처럼 아이솔레이션을 그럴 듯하게 해내기 시작했다.
웨이브도 마찬가지였다. 손목과 팔꿈치를 꺾는 내 관절에서 뿌득 빠각 이상한 소리가 났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 민망하게 내 춤은 엉망진창이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놈의 미련이 잔뜩 남았다.
‘혹시 내가 아까 이렇게 안 해서 안 된 걸까?‘
갑자기 뭔가 깨달음이 온 것 같아 거울 앞에 서서 연습실에서 배웠던 동작들을 해보고 있는데 좀 되는 것 같았다. 흥이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목이 몸에서 분리되는 걸까.
그 때, 지나가던 동생이 날 보더니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아니. 왜?”
“아니 아파서 스트레칭하고 있었잖아.”
혼신의 힘을 다 한 춤이었지만 스트레칭으로 합의 보기로 했다.
“…아, 맞아. 여기가 좀 뻐근하네. 목 좀 돌리고 있었어 아파서.”
난 그 날 이후 댄스 동아리 선배들의 문자를 다 무시하고 연습실에 나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난 참 몸을 못 썼지만, 몸으로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심 없는 척 하지만, 골프도 필라테스도 춤도 다 정말 진심으로 잘 하고 싶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 공이 내 앞으로 오면 아이들이 한숨부터 쉬었다. 나라고 공을 못 차고, 못 던지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남들 다 좋아하는 체육 시간이 나한테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아이가 화요일, 목요일을 가장 좋아한다. 학교 수업 시간에 체육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 엄마는 체육 왜 싫어해?”
“그냥 땀 나고, 힘들잖아.”
“재미있기만 한데?”
“엄만 땀 나고 지저분해지는 거 싫어. 뽀송한 게 좋아.”
거짓말이다. 나도 땀 나고 체육 잘 하고 싶다, 진심으로. 나도 가보지 않은 길, 몸 잘 쓰는 길에 무지무지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