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나

by 정인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없어도 우리 가족은 괜찮지 않을까.

아니, 내가 없어야 더 가족같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항상 분위기를 깨는 것은 나이고,

일을 일으키는 것은 나인 것만 같고,

평화를 방해하는 게 나인 것만 같다.

내가 없으면_

원래부터 아빠와 엄마, 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정이었다면_

동생이 내 나이고 엄마가 조금 더 건강했으며

아빠가 돈을 조금 덜 벌어도 여유로운 그 가정이었다면_

내가 없다면 얼마나 자연스러웠을까.

결벽증을 앓고

우울증에

가지고 있는 강박들

낮은 자존감

이기적인

그런 아이를 낳아 키워 보살펴야 하고 책임져야 하는 우리 부모님과 동생은

내가 없었더라면

충분히 더 행복했을 텐데.

나한테 들어가는 비용만 얼마쯤 될까

내가 없었다면 들어가지 않고 더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을 위해 쓰였을 돈이 아까워서

자살을 결심했다.

자살이란 말은 내게 곧 운명 같아서

언젠간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어디 옥상에서 떨어질까.

하지만 그렇기엔 내가 떨어진 그 건물의 집값이 내려갈 것이고, 곧 그 건물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줄게 될 것이다.

그럼 차에 치여 죽어볼까.

하지만 내가 차에 치인다면 내가 치여버린 차의 차주가 불행해지고 그의 가족들이 불행해지리라

그럼 칼로? 나를?

그러기엔 내 용기는 너무 얇팍해서

나 스스로 자신을 찌를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럼 난 어떻게 죽을까.

어떻게 죽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쓰려든 나는 죽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죽으면 안 된다.

내가 죽으면 분명 우리 엄마는 슬퍼할 거야.

우리 가족은 슬퍼할 거야.

만일 슬퍼하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은 우리 가족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거나 다소 좋지만은 않은 시선을 보내겠지.

'저 가족 첫째 딸이 자살했대.'

'학대한 것 아냐?'

'너네 언니 죽었다며?'

할 거야.

그래서 죽으면 안 돼.

장례식 치르는 데에도 돈 든단 말이야.

나는

내가 살아있기에 필요한 돈이 아까워서 죽어야 하고

내가 없는 자연스러운 가정을 위해 죽어야 하는데

나는

내가 죽었을 시에 나의 가족들이 받을 시선과 그들의 슬픔 때문에 죽지 못한다.

죽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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