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변명] 변명거리 (에필로그)

by 차안

나는 아직도 뚱뚱하다. 간간히 폭식을 하고, 몸무게 재는 걸 무서워하고, 문득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면 눈물이 고인다. 그럼 내가 한 수많은 노력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걸까? 우리는 경험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의지박약인 줄 알았는데 잠재력이 있다는 것, 나는 약보다는 운동이 더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 닭가슴살은 에어프라이기에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됐듯이 말이다.


내가 겪은 일들은 '운 나쁘게 일어나 버린 일'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비유하자면 교통사고 같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또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가해자 대신, 안타까울 정도로 무지한 가해자만이 존재한다. 잘못 없는 피해자는 아무리 치료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기능을 회복할 수 없다. 아,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경우엔 보험 접수가 안된다는 것.


만약에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만약에 좋은 친구를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만약에 정신적으로 건강했더라면, 만약에 내가 힘이 있었더라면, 만약에, 만약에.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과거에서 헤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만약이 현실이 되고, 현재가 미래가 되는 날들이 생기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