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남성 악양에 가면 바다처럼 넓은 동정호 호반에 거대한 누각이 서 있다. 중국 3대 누각 중의 하나인 악양루岳陽樓다. 여기에 가면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남긴 시와 글이 쓰여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게 쓰인 시와 글은 두보의 <악양루에 올라 登岳陽樓>와 범중엄의 <악양루기岳陽樓記>다.
범중엄은 북송 인종 무렵의 위대한 정치가였다. 그가 정적 여이간呂夷簡의 모함을 받아 등주鄧州 태수로 폄적되었을 무렵, 악주(악양) 태수로 있던 벗 등자경滕子京의 요청으로 이 글(악양루기)를 쓰게 된다.
사실 <악양루기>는 문학예술 수준으로 보면 그다지 잘 쓴 글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오늘날 악양루의 주인 행세를 하며 1층 내부에 이렇게 거대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문장 속의 이 구절 때문이다.
온 천하 사람들이 걱정하기에 앞서서 미리 걱정하고,
온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한 후에야 비로소 즐거워한다.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선/천하지우/이우, 후/천하지락/이락.
누구에게 한 말일까?
정치가나 공직자, 보다 넓게 말하자면 사회의 리더 그룹 또는 지성인들에게 한 말이다.
리더 그룹/공직자라면 국가와 사회에 닥쳐올 위기가 무엇인지 미리 정확하게 간파하고, 일반 시민/국민들에 앞서서 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생각해 보시라. 국가와 사회의 위기가 어디 한두 개이겠는가? 한 순간도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터이니, 리더 그룹/공직자에게는 오로지 근심 걱정과 고민의 몫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뿐인가? 온 천하 사람들이 다 즐거워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개인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단다. 이게 무슨 말인가? 온 천하 사람들이 모두 다 즐거워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리더 그룹/공직자라면 개인적 즐거움을 누릴 시간과 여유는 아예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 절대다수 타인의 즐거움을 공직자 개인의 즐거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맹자로부터 비롯된 동아시아 유가 사상의 핵심이다. 동아시아의 선비 된 이들은 늘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가, 벼슬길에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되면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국궁진췌, 분골쇄신했다.
옛날 '선비'라면 오늘날의 대학인 지성인들이다. 늘 이 말을 가슴에 새겼다가, 언제든지 공직에 나가게 되면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그야말로 온몸의 뼈가 가루가 되도록 타인(백성, 국민,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해야 한다. 그럴 각오가 없으면 아예 공직자가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보시라.
내란/반란의 수괴란 자는 모든 해외 언론조차 그 정신 상태를 의심하고 있으니 아예 말을 하지 말자. 입을 열어 비난할 가치조차도 없다.
내란/반란을 동조하고 있는 여당의 105명 국회의원들이 탄핵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 탄핵을 하게 되면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서, 그러면 정권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한 마디로 국가와 국민은 망하든 말든, 오로지 자신들 개인의 이익만을 따지겠다는 이야기다.
다른 것도 아니고 총칼을 들고 나왔는데... 실패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성공했다면 제2의 광주 유혈사태가 났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그런데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자? 그런데도 자기들 이익만 챙기겠다고? 이게 과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가?
헌법 판례에 의하면 이런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모리배謀利輩(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이나 무리) 집단은 정당 해산 사유에 해당한다. 이 사이비 정당은 반드시 해산시켜야 한다.
가증스럽기 이루 말할 데가 없는 방첩사령관이라는 자는 말할 나위가 없다. 군법에 의하면 오로지 '총살형'밖에 없는 반란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쿠데타에 가담했던 소위 '장군'이라는 자들, 특전/수방사령관들이 마치 양심 고백을 한다는 것처럼 인터뷰를 했다. 울먹울먹, 자기는 정말 몰랐단다. 방조했던 소위 '국무총리' 이하 '장관'들도 참으로 가관이다. 자기는 '반대'했단다. 증거는 없단다.
이런 자들이 장군이요 장관이요 국무총리라니... 전쟁이 일어나 적의 포로가 되면 울먹울먹 난 잘못 없어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살려주세요... 그럴자들 아닌가!
결정적인 순간에 우물쭈물 어영부영하는 공직자들, 그런 자들이 바로 나라의 역적이요 간신이다. 대한제국을 팔아먹었던 을사오적이 그러했고, 동아시아의 모든 역사 속 역적과 간신들이 바로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우물쭈물 어영부영했다. 그래서 나라가 망한 것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리더 그룹, 공직자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항상 남들에 앞서서 미리 고민하고 걱정해야 한다. 설령 백보 천보를 양보해서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았다 치자.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정신 이상자가 하는 행동거지로 보아, 적어도 공직자라면 남들에 앞서서 그 모든 상황의 발발을 염두에 두고, 만의 하나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미리 결심해 놓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자가 장관으로 있었던 2년 7개월 간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사건/사고로 죽어갔던가!
리더 그룹/공직자가 아닌, 아무 상관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그 시간을 돌아보면 가슴이 한없이 먹먹하고 슬프고 괴로운 것이 인간으로서의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책임 부서의 소위 '장관'이었던 자가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얼마나 자기 욕심대로 마음껏 해처 먹었으면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는 소리가 나왔겠는가! 저런 자는 반드시 준엄한 법과 역사와 민족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