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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Dec 05. 2024

15. 독재정권의 보도寶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학문하기의 방법(5)


“야, 이 눔들아!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무슨 데모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도 몰라?”


여러분은 혹시 그런 말 들어본 적 없으신가? 있다면, 아마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리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修身齊家治國平天下! 


군사 독재정권 당시 거리로 뛰쳐나가 데모 행렬에 참여했을 당시, 요새 말로 2찍 어르신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소위 '신문'이라는 곳에서도 정말 많이 떠들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천황 폐하’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6.25 한국전쟁 때는 서울이 함락되자 호외를 뿌려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쳐대던, '신문'이라고 강변하는 J일보에서는 매일 같이 ‘수신제가’도 못하는 인간들이 무슨 민주 투쟁이냐고 비난했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가히 그들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아니, 공자님은 대체 그런 말을 왜 하셨담? 빌미를 제공한 공자가 괜히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심각한 오해였다.


(하/우) 과문한 탓으로, J일보는 자신들의 '기사'를 한 번도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러던 J일보가 오늘(12. 5.) 지난 9월에 '계엄령 괴담'을 비난한 것에 대해, 주필 칼럼란을 통해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표했다. 제목은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과거에 했던 짓에 비하면 그나마 가상하지만... 몰랐다고 말하면 끝인가?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어준 것이 누구인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당신네 J일보 아니던가?






팩트 체크



(1)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공자가 한 말이 아니라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대학》은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지었다는 썰도 있고, 증자의 제자이자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썼다는 설, 훨씬 뒤에 한漢나라 유학자들이 지은 책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니 애꿎은 공자님 원망하지는 말자.



(2) 해석상의 오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무슨 말인가?


기존의 해석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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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齊家 :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

치국治國 : 나라를 다스린다.

평천하平天下 : 온 천하를 평정한다.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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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학생은 공부나 하고, 치국평천하 즉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라.

정 하고 싶으면 수신제가 연후에 하라.

그리고 유력한 정적이 부각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사생활을 캔다.

그리고는 수신제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맹 비난한다.


물론 자기 자신은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다.

격물치지, 성의정심의 공부란 아예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지금 소오생의 말에는 '주어主語'가 모호하다.

누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말일까? '기존'의 해석이 그렇다.

그 해석은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 기득권 수구 세력이다.



아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이렇게 도식적으로 직역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학》은 지성인에게 8가지 덕목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 ①격물格物, ②치지致知, ③성의誠意, ④정심正心에 대해서는 이미 검토하였다.  

그것부터 간단하게 정리 복습하고 나서 제대로 해석해 보자.



[ 1 단계: 내면의 완성 ]

▶ 이성적理性的 차원 : ①격물格物, ②치지致知
서양학은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지만, '학문'은 '지혜'를 탐구하는 공부다.
공부 방법은 공자가 제시한 ‘배움(學)’과 ‘사색(思)’, 사마천이 제시한 '체험 답사'가 있다.

<10. 슬퍼하지 말라 노여워하지 말라>
<11. 사색이란 소리를 듣는 것>
<12. 하늘의 피리 소리를 들어라>
<13. 여행, 어떻게 할 것인가>


▶ 감성적感性的 차원 : ③성의誠意, ④정심正心

(1) 성실함/진실함 (신중한 언어 구사와 언어의 실천)
(2) 정성 : 간절함 & 꾸준함 & 치열함
(3) 알 깨기 : 새로운 세계에 가장 작은 존재로 새롭게 태어남
(4) 구도求道 : 초심으로 돌아가기 ⇒ 또다시 간절함 & 꾸준함 & 치열함으로!


∴ ⑤ 수신修身 ( ① +  ② + ③ + ④ = 내면의 완성 )


[ 2 단계: 봉사와 헌신 ]

▶ 실천적 차원 :  ⑥제가齊家, ⑦치국治國, ⑧평천하平天下



‘수신’이란 무엇인가?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을 합한 의미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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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修身 (내면세계의 완성)  = 격물치지 (이성적 차원) + 성의정심 (감성적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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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학문’의 목표는 한 인간의 ‘내면세계의 완성’에서 멈추지 않는다.

배운 대로 ‘제가치국평천하’를 현실 세계에서 실천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제가치국평천하'를 기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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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齊家 :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

치국治國 : 나라를 다스린다.

평천하平天下 : 온 천하를 평정한다.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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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렇게 도식적으로 직역하면 안 된다.


모든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겠답시고(또는 평정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거야말로 큰일 아닌가. 양은 누가 키우고 소는 누가 돌본단 말인가!


그러므로 이 말은 내가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나’와 인연이 닿아있는 작은 집단부터 시작하여 점차 큰 집단으로 실천해 나간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아래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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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齊家 : 내가 소속한 조직과 집단(가족, 학교, 직장 등)에서 배운 대로 실천한다.

치국治國 : 소속한 민족, 국가에서 배운 대로 실천한다.

평천하平天下 : 배운 대로 인류애를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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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면세계가 100% 완성됐소! 그러니 이제부턴 천하를 다스리겠소!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다면 결단코 위선자다. 내적인 수양과 현실에서의 실천은 불가분不可分이며 동시적同時的이다. 


8가지 덕목은 시간적 순서가 아니라, 늘 염두에 두고 실천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

격물/치지 + 정심/성의  =  수신  =  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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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학생들도 평소에 격물치지 정심성의와 더불어 늘 치국평천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치국평천하를 실천하고 있는 위정자들도 늘 격물치지 정심성의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 이상 기득권 수구 세력들의 거짓 논리에 절대 속지 마시라.






오늘, 대한민국의 치국평천하는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대통령 직을 맡고 있다는 윤석열이 위헌 불법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사실상 친위 쿠데타, 내란/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12시 40분경.

계엄군 국회 진입.



2024년 12월 4일 새벽 1시 1분.

국회에서 국회의원 재석 190인 중에 190인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의결.



2024년 12월 4일 새벽 4시 26분.

비상계엄 해제.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한민국 최고 정예병으로 구성된 계엄군이 왜 이리 허술했을까?

그 최고의 정예병이 국회 진입 후 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

20분 동안 국회의원들이 투표를 할 수 있게끔 거의 가만히 있었을까?


대통령이라는 자는 말한다. 경고만 주려고 했던 거라고. 이게 말인가.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그만큼 그 자들이 준비를 허술하게 한 것 아니겠느냐고.

그래서 하룻밤의 '해프닝' 또는 한 마당의 어이없는 '촌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언론' 보도만 보아도 상당히 오랫동안 '나름'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최근 몇 달 동안 소오생이 조용히 명상을 할 때면

부지불식간에 그자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곤 했다.


갑자기 술에 취해 즉흥적으로 저지른 짓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특전사 부대원이 국회의원들의 투표를 저지하지 못했던 이유...


소오생은 5.18 영령들이 지켜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5.18의 쓰라린 역사가 없었다면... 과연 계엄군이 그렇게 머뭇거렸을까?



아직 친위 쿠데타 상황은 끝난 게 아니다.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여당은 계엄은 잘못된 것이지만, 정권을 넘겨줄 수 있기 때문에 탄핵은 반대한다고 말한다.

내란을 방조하고 비호한다면 그 자체가 공범 아닌가. 정당해산죄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 아닌가?




비상계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우리의 모든 일상이 깨져버린다. 당장 이 브런치도 문을 닫아야 한다.

닫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닫힌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제는 어떠할까? 순식간에 남미 개발도상국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다.

학교는 어떠할까? 대학 정문에 탱크가 들어서고 군인들이 총칼로 지킬 것이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끌려갈 것이다. 그중에 혹시 소오생도 있을까? 있다면 영광일 것.

무엇보다...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까? 그러고도 남을 자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우선 탄핵하여 직무를 정지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


누구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특히 깨어있는 지성인의 힘이 필요하다.


'치국평천하'는 정치인만의 몫이 아니다.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사명이요 의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촛불은 광화문이나 여의도와 같은 오프라인에서만 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여기, 이곳에서도 들 수 있다.











#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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