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을 해내는 법

당신이 모르는 "이름"의 힘

by 슈리

상에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것들이 잔뜩 널려있다. 예컨대 공부, 청소, 출근, 운동 등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막상 하기는 싫은 일들, 신나는 일과는 아주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들 말이다. 딱히 의욕은 없는데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점점 강한 압박이 닥치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하면 그런 일들을 거부감 없이, 나아가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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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답은 바로 ‘이름’에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름들 속에 살아간다. 어제 당신을 잠깐 스친 사람, 주변 사물, 브랜드, 행위, 심지어 눈으로 볼 수 없는 추상적인 ‘사랑’ 같은 것에도 이름이 있다. 당신은 이름이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기 싫은 것을 해내는 데 쌩뚱 맞게 이름이라니, 하고 의심할 수 있으나 어쩌면 이름은 당신의 인생을 당장 바꿀 수 있을 만큼 클지도 모른다.


‘사과’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빨간 사과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다른 단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존재를 그러한 형태로 그리고 인식한다는 것을 말한다. 누구든 갑자기 시험, 성적, 평가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의식 중 떠오르는 긴장감이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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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짓기 실험


미국 텍사스 주의 베일러대학교 사회학 교수, 케빈 도허티(Kevin Dougherty)는 재미있는 실험 한 가지를 했다. ‘시험’이 학생들의 스트레스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해결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 방법은 시험을 없애거나, 방식을 바꾸는 것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케빈 교수는 ‘시험 기간’이라는 이용어를 지칭하지 않고 대신 ‘학습 기념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그 뿐만 아니다. 실제로 새로운 이름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풍선과 색 테이프 등 여러 장식품으로 알록달록하게 강의실을 꾸미기도 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학생들은 실제로 시험 성적이 향상되었고, 시험에 두려움과 공포는 기쁨과 즐거움의 감정으로 서서히 변했다. 이름 몇자 바꾸었다고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우습지 않은가? 여기에 사용된 트릭은 간단하다.


"학습 기념일"이라는 이름은 마치 생일, 어린이날 처럼 무언가를 기념하는 신나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비록 '학습'을 기념하는 일일지라도 평가, 검사라는 단어보다는 훨씬 학생들이 받는 압박감을 줄여준다. 나아가 학습 과정 자체를 의미 있고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도록 그 의미를 재구성하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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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가 하기싫다면


실제로 이름을 바꾸는 이 단순한 방법으로 엄마의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몇 년간 방치해왔던 나의 방을 일주일 만에 완벽하게 정리해낼 수 있었다. 말도 안 되지만, 실제로 그랬다.


엄마는 평소 늘 어질러져있던 방을 보고 “청소 좀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의욕이 없던 나에게는 잔소리일 뿐이었다. 깨끗한 방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더러운 방에서 사는 나도 깨끗한 방을 좋아한다. 그러나 청소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늘어놓은 물건이 많았고 조금 손대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과제나 공부 등 청소보다 급하게 당장 해야할 일이 많았고, 그래서 청소는 항상 뒷전으로 미뤘다. 당장 청소를 안 한다고 해서 큰 일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


그래서 청소라는 말을 들으면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지만 당장은 하고 싶지 않은 영원한 숙제 같았다. 그러나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여느 날 처럼 새로운 영감을 얻기위해 웹 상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중 “De-clutter”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다. 영어교육과지만, 처음 보는 단어였다. 하하.


Clutter는 원래 영어로 잡동사니라는 뜻이다. Declutter는 앞에 De-라는 접두사를 붙여 어지러운 상태를 되돌리는, 다시 말해 잡동사니를 치우고 정돈한다는 의미의 단어였다. 이 단어를 보고 잡동사니가 쌓여 어지러운 내 방을 둘러보니 깨달았다. 내 방에 딱 필요한 거잖아! 이 번잡스러움을 나도 한번 디클러터해서 내 방 본연의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러터(clutter)하지 않은 방 말이다.


나는 그렇게 미루었던 ‘청소’가 아닌 ‘디클러터’를 실천해보기로 했다. 나는 우선, 나는 내 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닥은 쓰레기로 뒤덮여있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 물건이 늘어져있어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운 물건만 제 자리에 놓으면 어지러움이 덜 할 것 같았다. 끝냈을 때 결과가 완벽하게 깨끗해야 되는 청소가 아닌, 제자리를 찾아주는 디클러터를 마음먹으니 마음의 부담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에게 어지럽지 않을 만큼 제자리를 만들어주어야 겠다는 실천적인 생각이 들었다.


옷을 잘 못 개는 편이므로 대충 던져놓았던 옷은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넣었다. 책은 책장에, 화장품은 화장대에 놓았다. 그러면서 쓰지 않거나,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렸다. 자주 쓰는 물건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곳에, 그러지 않은 물건은 상자에 담아 잘 놓아두었다. 제자리가 없는 물건들도 많았는데, 새로 제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더 이상 잡동사니는 없었다.


디 클러터를 실천한지 일주일 만에 내 방의 모든 물건들은 제자리가 생겼다. 그리고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방을 정리정돈하는데 엄청난 체력이나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냥 지금까지 되는대로 미뤘을 뿐이었다. 쾌적함이 익숙해진 이후에는 진작 정리할 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디클러터된 내 방에 들어온 엄마는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냐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웬일로 청소를 했어?”하고 묻자 나는 대답 없이 씨익 웃었다. 엄마는 모른다. 나는 청소를 한 것이 아니라, 디클러터를 실천한 것이라는 걸.






시험이 아닌 공부 또한 마찬가지 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책 한번 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책이건 강의이건, 그저 거부감으로 머릿속에 아무것도 억지로 집어넣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또 새롭게 명명해보자. 우리는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나의 꿈을 위한 준비”로. 그렇게 생각하니 공부라는 과정은 내가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이자 고마운 발판이 되었다. 지금껏 내가 공부한 강의들과 교재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내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 뒤로 공부는 이전보다 덜 하기 싫은 존재가 되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즈음, 그 의미를 새김으로서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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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새로운 이름의 힘이다. 결과적으로 시험이나, 청소나 공부를 하는 행위 자체는 변함이 없다.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놀랍도록 단순한 이 방법이 왜 작용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방법에는 심리적인 트릭이 숨겨져 있다. 행위에 새롭게 이름을 명명함으로서 내가 원하는 속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청소가 '더러운 것을 치우는 힘든 일'이라는 기존 부정적 속성이 아닌, 디클러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통해 '어질러진 방을 원래대로 깨끗하게 돌리는 일', 나아가 '내가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는 본질적 속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케빈 교수의 실험 원리도 이와 다를바 없다. 시험 방식 자체를 바꾼 것도 아니고, 공부 내용이 쉬워지지도 않았다.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습 기념일'이라는 명칭을 통해 시험의 '평가, 부담' 등 부정적인 속성을 지우고, '자신이 지금껏 공부한 노력의 노고를 인정받는 날'로 속성을 바꾸어 받아들였다. 행위의 본질을 이름을 통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 뿐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줄어들고, 시작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 그만큼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행위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거부감을 덜 느끼고 그 자체의 본질적 의미를 인식한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다. 처음이 어렵지 횟수를 거듭할 수록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자, 이제 적용의 시간이다. 매일 입에 담는 이름들 속에서 당신이 이름을 붙인 것이 과연 몇 가지나 되는가?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한 가지 정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명명하고 즐겨라. 아직도 이름 몇 자 바꾸는 말장난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른다. “디클러터”를 실천한 이후 나의 방은 정말 깨끗하다는 것과, "꿈을 위한 준비"를 하며 쌓이는 지식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참조 문헌


생각이 바뀌는 순간 │ 캐서린 A. 샌더슨

Dougherty,K, (2015). Reframing test day. Teaching/Learning MAtters,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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