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겹으로 만드는 감각

『인생의 해상도』-유병옥을 읽고

by 여름

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시간


최근 정말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중, 경제 유튜버 ‘뿅글이’의 책 추천 영상을 보고 『인생의 해상도』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작가의 진심과 깊은 성찰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문장들이 가득했고,

초반부터 “이 작가는 후반부에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정신없이 바쁜 주간은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들, 후배들과 점심을 먹습니다. 어떤 바람도 목적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에 별별 관점들이 다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눈앞의 세상만 보고, 그게 전부라고 착각할 때가 많잖아요. 런던에서 유학할 때 들은 표현인데, 이런 상황을 서양에서는 ‘터널 비전’이라 부르더군요. 터널에 들어가면 보이는 것은 오직 터널과 소실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점심은 터널에서 저를 꺼내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기회를 줍니다. 터널 뷰가 아니라, 전망대 뷰랄까요?”


이 문장을 읽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고민은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세계 안에 갇힌 결과일지 모릅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과 가치관은 사실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며,

내가 매달리는 문제도 다른 이의 시선에선 전혀 다른 풍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망각한 채, 다시금 좁은 시야로 돌아가곤 하죠.



작은 찬사가 켜주는 조명


내 세계에 갇혀 있던 어느 평범한 오후,

매일 가던 익숙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던 지인이

그 공간을 새삼스레 칭찬해 줄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마치 방 안의 조명이 ‘탁’ 하고 켜지는 느낌입니다.

내가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다른 이의 관점으로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죠.


이 책에서 말하는 ‘센서’와 ‘관점’은

세상에 흩어진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사랑스러운 것들을 잘 발견하는 데 필요한 미덕이라고 합니다.



센서를 가진 사람들


나는 과연 내 주변 환경에서 좋은 점들을 얼마나 자주 발견하며 살아갈까,

아니면 늘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만 했을까.

스스로를 반추해 보게 되었습니다.


문득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에 출연했던 이주미 변호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좌우명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할 줄 아느냐에 달려 있다.”


브이로그 속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취향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따뜻함이 구독자에게도 전해졌고,

그녀의 채널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건 아마도 그녀가 가진 ‘센서’의 힘일 것입니다.



책 속에는 이런 문장도 나옵니다.


“틈틈이 겹을 덧대는 삶이란,

가끔은 남들은 보지 못하는 채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

내 옆에 스페셜 도슨트가 등장해 짤막한 설명을 곁들여주는 것과 같다.


‘이 커피의 산미 뒤에는 자두 향이 납니다.’

‘이 화분의 식물은 산소를 많이 내뿜어요.’

‘방금 본 나무는 쌀밥 같은 꽃이 피는 이팝나무랍니다.’”



나만의 센서를 키우는 글쓰기


생각해 보면 저는 이런 따뜻한 문장들을 읽을 때 가장 감도가 높아지는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고요한 성찰이 담긴 글을 통해

저도 저만의 센서를 조금씩 키워가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책을 쓰고 또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연결되며

다양한 겹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창조하는 나를 어색해하지 말고,

아주 작은 시작이라도 시작하면

뜻밖의 발견이 따라온다.”



저도 이 말에 깊이 동의합니다.

무언가 창작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기보다,

조금씩 시도해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은 아주 작아도 됩니다.

갤러리에 쌓인 사진들, 오늘 쓴 독후감, 일기처럼.

그저 공유해 보는 것,

소비는 타인의 몫이기에

우선 나를 믿고 내 것을 꺼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쓰는 일이 곧 창조의 시작


저 역시 이 글을 쓰기 전까지

“과연 내가 이걸 브런치에 연재할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함에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불확실성에는 고통받는 게 당연하다.”


그 말을 보고 나니,

지금 이 순간 괴로워하며 글을 쓰고 있는 것조차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작가 이슬아도 “항상 글쓰기가 괴롭다”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오래 써도,

자신의 글을 부족하게 느끼고,

그래도 결국 완성해 내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요.


어쩌면 모든 창작은

자신의 일부를 꺼내어 세상에 보여주는 일이기에

그 고통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글을 쓰며, 겹을 더해간다


『인생의 해상도』는 단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책이 아닙니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의 삶에 겹을 더하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창조하며 살아가는 용기를 건네는 책입니다.


“자기의 것을 내미는 이에게 사람이 모인다.”


책 속에서 반복되는 이 명제를 떠올리며

저도 저만의 문장을 부지런히 쌓아가고 싶습니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일상을 사랑하며,

남들에게 흘려보낼 줄 아는 삶.


그것이 해상도 높은 삶이고,

겹이 있는 인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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