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마지막 상담

by 여름

오늘은 마지막 상담이었다.
못해도 열 번은 넘게 만났으니,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많이 꺼냈다.
진로 이야기, 요즘의 마음, 사소하지만 혼자 삼키고 있었던 생각들까지.
이제 더는 이 공간에서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괜히 무턱대고 더 많이 말하게 되었다.

상담실 문을 나서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했다.
아쉬웠고, 조금은 슬펐다.
지난 방학 동안 유독 힘들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마다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아, 상담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구나.

이번 상담을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이것이다.
나는 나를 너무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상담 선생님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너는 너무 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야.
스스로를 자꾸 검열하고 자책하게 될 때는,
얼마나 잘하고 싶었으면 이런 마음이 들까 하고 스스로를 위로해줘.”

그 말이 오래 남는다.
매주 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해준 말이라서 더 믿고 싶었다.
앞으로 인턴을 하면서 힘든 순간이 오면, 꼭 이 문장을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늘 부족한 부분부터 찾았고,
스스로에게 후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선생님이 진로 책을 선물해주셨을 때
괜히 죄책감이 먼저 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드린 게 없는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담은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었다.
나는 매주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냈지만,
그 시간은 내게 분명 위로였고 인사이트였다.

상담 시간에 감정 카드를 읽으며
내가 느끼는 감정을 하나씩 짚어보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일까?”
“이 감정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그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누가 묻지 않아도
스스로 내 감정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상담은 끝났지만,
그 시간 동안 배운 태도는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덜 엄격하게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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