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개

아픈 개와 아픈 나

by 누워있는 아보카도

-타지에서 개를 기르는 일에 대하여-

우리 개는 입양온지 세달만에 동물병원에 4번을 갔다.

첫 검진 이후 우리 개는 백신을 맞으러 두번 갔고 귀에 풀이 들어가서 두번을 갔다.

개는 너무 신나게 뛰다가 펄럭이는 귀 틈으로 풀이 들어 갔다. 풀은 가시가 돋아 개의 귓구멍에 박혀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고막 가까이 들어갔다. 뒤늦게 빼 냈지만 염증이 남아 계속 귀 안쪽까지 씻어주고 있다.


우리 개는 입양 오기 전부터 탈장이 있었고 심장 사상충을 가지고 있었다. 수술비만 백만원 넘게 나왔다.

심장사상충 치료 중 죽은 사상충이 혈관을 막아 죽을 뻔했다.

우리 개는 많은 도움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멀리 독일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많은 수고를 생각하면 우리 개에게 더욱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하게 지켜진 너의 목숨을 내가 더욱 더 소중하게 길러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는 생각보다 탈이 자주 났다. 개는 주기적으로 설사를 했다. 개는 젖이 부풀었다. 개는 배에 몽우리가 만져졌다. 개는 계단을 오르는 걸 힘겨워했다.


우리는 개가 암이 있을까봐, 관절에 이상이 있을까봐, 기생충에 감염됐을까봐 무서웠다.

개가 아픈 것도 무섭고 개가 아파서 병원에 가 몇백유로를 주기적으로 써야되는 것도 무섭고 어설픈 영어와 독어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고충도 무서웠다.

그럴 때면 내 깜냥도 모르고 무턱대고 개를 덜컥 입양해서 쓸때없는 연대고통을 느끼게 만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내가 독일어를 잘했다면, 내가 이곳에 친구가 있었다면, 내가 돈이 많았다면,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등등 나의 걱정은 안으로 파고들었다.


개의 아픔은 나의 고통과 일직선 상에 있었다. 개는 영문도 모르고 아팠고 나도 영문도 모르고 독일에 나를 갈아넣고 있었다. 개는 큰 눈을 더욱 더 크게 뜨고 나에게 의지했고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곳에 왔다. 연구가 지겨웠고 혼자 사는게 사무쳤다. 남편과 함께하면 내 스트레스가 덜해 지리라 생각하고 일년반의 기러기부부 생활을 접었다. 독일에서의 생활은 놀랍게도 그전과 정서상 다르지 않았고 나는 이유없이 마음이 우울했다. 나는 여전히 조바심나고 스스로를 구박하고 매사 신나는 일이 없는, 게다가 이제는 공식적인 백수 타이틀까지 달고 있는 상태였다.

개를 입양하기 전, 난 개에게 나의 즐거움을 의탁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개는 자주 아프고, 말을 안 들었다. 개는 그저 늙은 개의 본능과 상태에 충실할 뿐인데 나는 개를 산책시키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개의 아픔은 나의 아픔과 다르지 않고 장소만 달라질 따름이었다.

개는 나에게 의지하고 싶어했고 나도 개에게 의지하고 싶어했다. 서로 빌려줄 어깨가 없어 개와 나는 한없이 걷돌며 가끔씩 다가가려 노력한다.


나는 그런 개가 안쓰럽고 개를 안쓰러워하는 내가 안쓰럽다. 개의 순진무구한 눈이 부담스럽고 나 하나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타국에서 개까지 책임지려하니 다리가 부들부들하다. 개는 개이기 때문에 힘들고 나는 나이기 때문에 힘들다. 개는 개이고 나는 난데 우리는 스스로 원하지 않는 무언가에 맞춰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나는 우리의 노력이 언젠가 우리에게 보답하길 바란다. 언젠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즐겁게 회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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