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파킹

날 기다리는 너

by 누워있는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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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산책과 장보기를 동시에 하고 싶을 때 개를 함께 데려간다.

개는 신나게 집 밖으로 나와 오분 남짓한 슈퍼에 들렸다 집에 들어가는 것을 산책이라 인정하기 싫은 눈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매번 개를 진지하게 산책시킬 수가 없다.

나는 개를 슈퍼 앞으로 데려가 슈퍼 앞 어딘가에 개를 묶어 놓고 슈퍼 안으로 홀로 들어간다.

개는 묶인 주변에 정신이 팔려 있어 내가 없어지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개를 한번 쓰다듬고 슈퍼로 향한다.

개는 대체적으로 자신의 기다림은 순종적으로 받아들인다. 크게 짖거나 신음하지 않고 자동문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다 나를 발견하면 기뻐하는 기색을 보인다. 개는 내 다리를 오르고 신음하고 짖는다.

개는 나에게 자신이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 확실히 말한다. 그런 개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개를 기둥에 묶어 놓고 기다리게 하는 일을 독 파킹이라 한다.

이케아에는 독 파킹 장소가 입구 옆에 마련되어 있다. 개들은 그렇게 일렬로 드문드문 앉아 주인이 나오길 조용히 또는 소란스럽게 기다린다.


오늘 난 파킹된 우리 개를 슈퍼 안 창 너머로 보았다. 개는 앉아서 슈퍼 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는 얼굴이 아니면 이내 고개를 돌려 땅의 냄새를 맡았다. 일부로 잔디밭 가로등에 묶어 놓아 그렇게 좋아하는 흙냄새를 맡게 하였는데 묶인 개는 제한된 자유에 심드렁히 그저 앉아있었다. 나는 이내 장을 다 보고 가방에 물건들을 쑤셔 담고 개에게 다가간다. 무심하던 개는 내가 거리를 좁힐수록 내게 집중한다. 그리고 점프. 그리고 발을 동동 거린다. 내가 코 앞까지 다다르자 불평을 늘어놓으며 끼임 거 린다. 개를 가로등 기둥에서 풀어내어 주변을 탐색하게 한다. 움직임이 허락된 개는 흥분해서 이쪽저쪽 가로지른다. 개는 내 어깨의 온전함 따위는 관심 없다. 그저 줄을 당기고 당겨 파킹되어 있었다는 굴욕을 보상받고자 한다. 개가 안쓰럽기도 하고 한 나는 개에게 얼마간의 자유를 허하며 내 어깨를 희생한다.


그렇게 신이 난 개를 끌고 끌어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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