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스크비건maskvegantv Mar 16. 2022

내 사랑 남편님의 매니큐어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자유를 찾아 떠나는 영국 버밍함행 비행기 안에서 40분밖에 걸리지 않는 비행이지만 곧 지루함이 나를 덮쳤다.


보에미란 랩소디 영화


휴대폰 안에 미리 다운로드하여 저장 해 놓은 논 넷플릭스의 영화들을 넘기며 오늘따라 내 눈에 띄는 건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퀸을 워낙 좋아해서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내 사랑 프래디를 능가하지 못하는 걸 알기에 일부러 안 보고 방치했던 영화였다. 10분 정도 보고 있는 중에 비행기는 벌써 착륙을 해버렸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내 뒷 옆 석에 앉아 있던 내 사랑과 영국 땅 위에서 재회하고 공항을 빠져나오며 그가 하는 말...


"나도 그 영화 뒤에서 봤는데 어땠어?"


"10분만 봐서 모르겠는데 배우가 프레디 비슷하게 연기하더라. 영화를 끝까지 봐야 알겠지만 난 그래도 그 누구도 프레디 발끝도 못 따라간다고 생각해"


"나도 그 영화를 볼 거야. 갑자기 퀸의 영혼이 내 몸속에 들어와서 나를 흔들어 놓고 있어"


퀸의 Made in heaven 앨범


나는 그 말을 스치듯이 넘겼다.


원래 우리 부부는 퀸을 좋아했고 우리 아이들까지 퀸의 노래를 듣는다. 내가 예전에 근무하던 런던 호텔에서 퀸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와 그의 아내를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한적도 있고 내가 고등학생 때 남동생에게 받은 Made in heaven 앨범을 마주한 후에 나는 적어도 26년 넘게 퀸의 찐팬이였기 때문이다.


영국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 사랑 안에 꿈틀거리는 퀸의 영혼이 우리 집을 채웠다. 내 사랑은 영화를 시청했고 그 이후 퀸의 음악만 듣기 시작했다. 그들의 뮤직 비디오를 보고 또 보면서 당시 퀸의 열정과 락앤롤 영혼에 마음을 팔아 버린 듯했다.


프레디 머큐리 Killer Queen 무대에서

온 가족이 퀸 노래에 일주일 정도 취해 있을 때쯤 내 사랑은 프레디 머큐리가 영국 TV 프로그램 Top of the pops 첫 데뷔 때 치장했던 의상과 매니큐어를 나에게 보여줬다. 프레디 머큐리는 왼손 손톱에는 검은색 니큐어 아름답게 칠해져 있었다.


손가락이 유난히 가늘고 긴 그의 손을 바라보며 그가 피아노를 칠 때와 기타를 치는 모습이 정말 섹시하게 다가왔다. 우리 남편이 느낀 감정도 그것이었나 봐 보다.


다시 주말이 찾아왔고 우리 집 안에는 역시 퀸의 콘서트가 매일 열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내 사랑과 함께 진에 레몬을 넣어 소다 워터랑 함께 마시던 중 그가 하는 말


"나도 프레디처럼 왼손 톱에 검은색 매니큐어 칠하면 어떨 것 같아?"


"How fantastic!! 좋아. 그런데 내가 가진 색 중에는 글리터 검은색 밖에 없는데 괜찮겠어?"


"응.. 오히려 더 좋아 보일지도... I'd like to try..."


그래서 바로 나는 단숨에 내가 가진 매니큐어 렉션들을 꺼내와 네일숍을 차렸다. 내 손톱에 내가 색을 칠할 때보다 나의 손은 많이 떨려서 그럴 때마다 진을 드리 마셨다.


칠하고 기계에 말리고 하면서 우리는 퀸의 노래를 함께 듣고 있었고 프레디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친구였으면 얼마나 재미있게 대화를 했을까? 같은 상상을 함께 하고 있었다.


뭉특하고 조개 손톱인 내 사랑 손이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손으로 컴퓨터 타자를 누르며 우리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고 나를 어루만져주는 내 사랑이 정말 더욱더 찬란하게 느껴지 순간이었다.


내 사랑의 메니큐어 바른 왼손

자가 매니큐어 칠하면 여자 되나? 내 사랑 남편님은 여성스러우면 안 되나? 여자만 매니큐어 칠해야 하는가?


남들 눈치 안 봐도 되는 자가 근무를 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나는 편견이 싫다. 내 사랑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가 나에게 준 많은 행복과 사랑만 생각한다.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의 예술성과 창조성 그 자체에 경의를 표해 본다.


그의 왼손을 지극히 바라보며 내 사랑이 오늘따라 더 섹시해 보인다. 이 섹시한 손에 뽀뽀를 퍼부어본다. 그리고 그리운 프레디 머큐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내가 고등학생 때 줄기차게 들었던 Made in heaven 앨범의 노래가 내 귓가를 도고 있다.


Haven for everyone by Queen


this world of cool deception

Just your smile can smooth my ride

These troubled days of cruel rejection, hmm

You come to me, soothe my troubled mind


냉담한 이 기만의 세상 속에서

당신의 미소만이  나를 부드럽게 할 수 있어

참혹하게 거절당한 괴로운 나날들 속에서도

넌 내게 와서 나의 지친 마음을 달래 주고 있어


Epilogue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마스크비건의 한국, 영국의 비건 지향 가족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계속된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마스크비건이 되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