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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flower May 21. 2024

3화 4월의 눈꽃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푸른 바다처럼 파랗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시원해서 놀이터에서 놀기 딱 좋은 날이기도 했다.


둘째 아이는 하교하자마자 친구들과 아지트인 기린놀이터로 달렸다.

놀이터에 매일 가는데도, 아이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고 몸은 한 껏 가벼웠다.


머리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온 힘을 다해 놀았다.

친구들과 미끄럼틀 타기, 술래잡기, 그네까지 실컷 탄 후 만족했는지 집으로 가자고 했다.


( Image by Kohei Tanaka from Pixabay )

 "엄마~눈이 내려요~~~~"

앞장서서 가던 둘째가 멈춰 서서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올려다보니 아파트 단지에 만개했던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정말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아이와 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떨어지는 눈꽃을 맞고 있었다.


 와... 4월에 눈이라니...

지난겨울, 함박눈이 내렸을 때보다 더 설레었다.

'두근두근'거리는 내 심장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아이는 떨어지는 꽃잎을 손으로 잡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바람에 흩날리는 많은 꽃잎들을 단 하나도 잡지 못했지만 아이는 지금 이 순간 아주 즐거워 보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평범했던 일상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처럼 아이가 즐겁거나 행복해하는 순간들을 함께할  때다.


나도 아이와 함께 떨어지는 벚꽃을 잡겠다고 이쪽저쪽을 뛰어다녔다.

우리는 단 하나도 잡지 못하는 서로를 마주 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한참을 뛰어다니다 숨을 고르던 사이, 벚꽃 잎 하나가 내 어깨에 앉았다.


아이는  

"엄마는 좋겠다~ 어깨에 눈꽃이 내려서~"라며 부러워했다.


나는 어깨에 있던 벚꽃 잎을 떼어 아이의 손에 살포시 올려 주었다.

아이는 새끼손톱만 한 벚꽃 잎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빙그레 미소 지었다.


 벚꽃 잎을 한참 들여다보던 아이는 자신의 손에 꽃잎을 여러 개 더 모았다.

꽃잎이 너무 얇아서 잡기 힘든데도 열심인 아이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갑자기 아이는 자신의 손바닥을 향해 입으로 '후우'하고 불었다.

손바닥에 가득했던 꽃잎들이 공중에 그림을 그리듯 흩날리며 아이 앞으로 떨어졌다.


아이는 다시 꽃잎을 주어서  '후'하고 불기를 서너 번 더 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꽃잎을 더 모아서 집에 가져다 놓을래요~"라며 아이가 말했다.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서 내가 물었다.

"왜 가져가고 싶어?" 


"아빠랑 형은 못 봤잖아요. 집에 전시해 놓으면 다 같이 볼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고선 벚꽃 잎을 다시 줍기 시작했다.


예쁜 눈꽃을 형과 아빠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내게도 전해졌다.


( 아이 손에 담긴 벚꽃잎)

나는 아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벚꽃 잎이 담긴 아이 손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리고 나의 마음 사진기에도 '찰칵' 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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