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많은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컨설턴트 포텐셜
야매통역사의 개인적인 견해는 통역사가 소통의 현장에서 언어문제 외 다양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으므로 밸류체인의 시작부터 끝, End-to-End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통역사는 언어전문가가 아닌 이해전문가입니다. 언어의 장벽을 해결하려면 결국 다른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통역사라는 직업도 상당히 난해합니다. 그럼 통역사로서 이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토대로 소통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고민을 정리해서 야매통역사만의 야매 이론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치사슬을 커버한다는 의미를 앞서 이론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사슬을 커버하기로 선택할지에 대한 솔루션을 말씀드리기 전에, 이번 포스팅은 통역사에게 이 가치사슬이 주는 의미를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왜냐면 사슬을 선택하지 전에 그 선택이 가지는 의미를 더 잘 알면 좋으니까요.
물론 우리 미션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잘하는 통역'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통역이 어려운 이유를 통해 핵심적인 고민, 즉 Input을 어디까지 받아서 발화자의 메시지를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잘하는 통역'이 '통역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숨겨진 가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소리를 왜 굳이 하는가 싶지만, 통역도 사업이고 사업전략은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만이 답은 아닙니다.
가치사슬을 커버한다는 것이 통역사로서 Input을 정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사슬 별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이슈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통역사가 있는 현장이라면 언어의 장벽이 존재한다는 말이니 통역사가 누구보다도 빨리 오해와 같은 소통 이슈를 잡아낼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경영전략의 언어로 얘기하면 기존 사업을 영위하는 역량을 토대로 시너지를 발휘하여 신사업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 정도가 아닐까요?
다시 말해, 오늘 포스팅에서는 소통 현장에서 문제해결사로서 통역사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잘하는 통역'이 꼭 통역만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일 필요는 없겠죠. 본인의 강점을 토대로 언어의 장벽 외에 다른 이슈도 같이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추가적인 가치창출을 하고, '잘하는 통역'이 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미 이전 포스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소통이라는 행위 자체가 완전하기 어려운 프로세스입니다. 통역을 빼고 순수하게 양측 간의 대화만 생각해도 발생할 수 있는 이슈가 많습니다. 경우를 불문하고 상호작용이 있다면 오해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정도입니다.
어차피 지금까지 봐 오던 프레임워크가 소통을 각 단계별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소통의 이슈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존 가치사슬 그림에 기반해 각 사슬별로 발생할 수 있는 소통 이슈들을 몇 가지씩 나열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언어의 장벽, 즉 Talking과 Listening 사이 언어가 불일치하는 이슈가 가장 눈에 띕니다. 말이 안 통하면 아무리 다른 여건이 맞아도 전달이 안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통역사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했 듯,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통역사가 해결사로서 나설 수 있습니다. 특정 사슬을 커버한다는 의미를 해당 사슬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해결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애초에 통역사가 있다는 것은 양측이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통역사가 누구보다 빨리 캐치할 수 있겠죠. 분명 본연의 소임은 언어의 장벽을 해결해 주는 것이지만, 다른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는 통역사라면 서비스의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제일 자주 발생하는 이슈는 사실관계 오류입니다. 오늘이 토요일일지 일요일인지 헷갈리는 단순하고 임팩트 낮은 오류일 수도 있지만, 핵심 정보에 대한 오류나 상대방 이름, 직책을 헷갈리는 등 큰 결례를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통상의 대화에서는 메시지가 발화된 상태에서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언어의 장벽이 있다면 1) 상대방은 아직 못 알아들었고, 2) 통역사가 캐치할 수 있습니다. 통역사가 이러하나 사실을 본인의 통역에 Input으로서 고려한다면, 오류를 바로잡아서 통역을 하고 클라이언트에게 귀띔을 해주는 방식 등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오류가 담긴 발화내용 그대로 통역을 하면 됩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어 분명히 하자면 사실적 오류를 그대로 통역했다고 통역사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고쳐줄 수 있다면 추가적인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죠.
사실관계의 오류와 자매상품 격으로 등장하는 이슈가 논리적 오류입니다. 사람이 항상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고, 경험 상 클라이언트가 피곤하거나 숙취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분명 통역사가 논리적 오류를 캐치하고,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논리의 비약이 있을 시 심지어는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오류와 돌발상황이 존재하는 것이 통역의 현장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통의 현장’에는 이미 각 가치사슬별로 각종 이슈와 오류가 존재합니다만 그중 어디까지 ‘통역의 현장’으로 상정하고 통역사가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소통 가치사슬의 틀과, 또 앞으로 보여드릴 통역사의 다양한 유형들을 익힌다면 현장에서 닥치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다양한 이슈로 범위를 넓히면 통역사로서 정체성과 책임범위를 챌린지하는 것 또한 자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포괄적인 미션을 가지고 통역에 임하는 통역사들도 꽤 많으며, 개인적으로 저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중에서도 이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disclaimer를 드리자면 이런 유형이나 성향은 큰 그림에 대한 가이드라인일 뿐, 사실 이벤트마다 혹은 통역 한마디 한마디마다 여러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사실입니다. 다만 가이드라인이 있고 없고는 그 고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