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1984-1998)
1996년이었다.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요원들과 한 달 동안 전투기술교환훈련(기동사격. 스나이퍼 위장술. 산악 은거지 위장술 등)후(이 훈련을 밸런스나이프훈련이라고한다) 야외전술 훈련을 뛰었다. 야외 전술은 3박 4일 일정의 짧은 훈련이었다. 경기도의 앵자봉이라고 중간 규모의 산이 있는데 그곳이 훈련 장소였다. 우리는 완전 군장을 하고 그는 침낭과 식량만 닉샥에 넣었다. 한 팀에 한 명이 따라붙었다. 패스트로프로 앵자봉 인근에 침투 후 육상으로 앵자봉을 올랐다. 우리는 이미 다 올라 쉬고 있었는데도 이 그린베레 대원이 오지를 않았다. 산을 오르다 중간쯤에서 낙오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 참을 가다리자 그는 지친 몸으로 숨을 헐떡이며 터덜 터덜 우리가 쉬고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군장무게 때문인지 우리 군장 무게를 의심해 나에게 와서 내 군장을 들어 올려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내 군장무게 때문에 들어 올라는 것조차 힘들어 제대로 들어 올리지도 못하는 게 아닌가. 우리는 어이가 없어 그저 웃었다. 그는 우리 군장 무게를 확인한 후 이 무게를 들고 어떻게 이렇게 빨리 산을 올라왔는지 놀랍다며 계속 엄지를 치켜 세웠다. 덩치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미국의 내로라하는 특수부대원이 이 정도 무게를 못 들다니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한국의 산악이라 익숙지 않아 그럴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장비가 좋아 이 정도의 무게가 나올 필요가 없다는 걸 생각하니 우리의 낙후된 장비의 무게를 오로지 몸으로 버텨야 하는 우리의 처지에 그저 씁쓸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