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1994-1998)
수년 전 모 방송국에서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던 적이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일선 군부대에 가서 부대 생활을 체험하는 이야기로 채워진 예능. 사실 진짜 사나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휴전 중인 나라의 징병제로 운영되는 군대문화를 정당화시키는 의미로. 남자는 군에 갔다 오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 남자는 당연히 군에 갔다 와야 한다. 그래야 진짜 남자, 진짜 사나이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논리로 힘없는 평민의 자식들을 군에 끌고 가는 논리로 써먹으면서. 나는 특전사를 나왔다. 자원입대했다. 이런 내가 진짜사나이론을 비판하면 당연히 자기모순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 나라의 하층에 속해있는 내 처지에서 군을 안 갈 수가 없으니 이왕 가는 거 월급도 주고 한다니 특전사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여타 세계 나라의 모병국가로 의무적으로 군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다면 아마 나도 군에 자원입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힘없는 평민들만 군에 가서 기득권의 안위를 위해 희생해 줘야 되는 세상.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며 결국 군에 가는 사람은 돈 없고 빽 없는 하층민의 자식들. 그리고 자식을 군에 보내놓고 제대할 때까지 노심초사해야 하는 부모. 이런 불평등을 진짜 사나이라는 말로 가스라이팅해 미필자는 한 남자로 인정해주지도 않는 사회문화. 나는 지금도 주위에 친구들 중 남자아이들이 있으면 군에 보내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보내지 말라고한다. 이 나라에서 기득권의 가진 자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게 하지 말라고. 군에 가야 진짜사나이라는 개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혹하지 말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