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

군대이야기(1994-1998)

by Zero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등 우리나라 제복근무자는 정복이 있다. 일반 정장 재킷형태의 격식을 차려야 될 곳에 입어야 하는 옷. 육군이나 공군 병들이 정복을 입은 것은 본 적 없는데 해병이나 해군병들과 부사관 이상의 계급에는 모두 이 정복을 입용 때맞춰 입고 임관식을 치른다. 그렇다 보니 특전하사관인 나도 정복을 맞춰 입고 임용식을 했다. 내가 임용한 때가 8월이라 임용식은 반 소매 정복으로 하고 정장재킷 정복은 더블백에 넣어 교육단에서 각자 배치받은 여단으로 개인 물품과 함께 보낸다. 그렇게 임용 후 8박 9일의 휴가를 마치고 자대에 들어가면 선배들이 더블백에 담긴걸 다 쏟아 내라고 한다. 그리고 제일 먼저 이 정복을 다 수거해 소각장으로 보내버린다. 우리는 전투부대이기 때문에 이 정복을 입을 일이 없다고. 물론 단기로 4년 6개월 근무하는 병력에는 진짜 이 정복을 입을 일이 없다. 그래서 그때는 우리도 당연히 입을 일도 없는 저딴 게 있어봐야 뭐 하나 싶었다. 그러나 장기자들은 상사선임이나 원사가 되면 이 정복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하사 때 받은 정복은 다 버렸으니 장기근무자들은 이 정복을 다시 맞출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 생각해 보면 하사관을 나왔는데 이 정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한 장 없다는 게 좀 아 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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