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07. 근로자의 날과 공무원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

by Zero

매년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근로자의 날이라고 칭한다. 이 날은 사기업 같은 경우 노동자들의 신성한 노고를 기리기 위해 각 사업장마다 하루 휴무를 취한다. 그러나 이때 같은 노동자이면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집단이 있다. 그들은 바로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다.


여기까지 읽은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공무원이니 근로자의 날에 쉬지 않는 게 맞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일반 사기업도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무원이 어떻게 일반 사기업의 근로자들처럼 근로자의 날에 휴무를 취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말이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고.


그런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이런 생각이 잘 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임금을 지급하는 주체만 다를 뿐 공무원들도 분명 근로, 즉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근로를 하면서 월급을 받는, 다시 말해 사용자의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인 것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공무원을 근로자의 날 휴무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고 해서 그들이 사업주, 즉 사용자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근로자의 날 휴무에서 그 대상을, 회사를 경영하면서 노동자를 고용해 임금을 지불하는 사업주이냐 아니면 노동력을 팔아 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을 받아먹고사는 근로자이냐로 판단해야지 그 임금이 공공의 돈이냐 사적인 돈이냐로 판단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공무원들도 하나뿐인 자신의 몸뚱이로 노동력을 팔아 자신의 맡은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아먹고사는 일개 봉급쟁이일 뿐이다. 같은 맥락으로 공무원들은 예전에 노조를 결성과 노조 가입을 할 수 없었다. 공무원들이 노조 결성하고 가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하지만 공무원 노조 결성불가는 위헌 판정을 받았고 이제는 당연히 노조 결성과 가입이 가능하다. 노조라는 것은 “노동조합”이라는 말로, 즉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찾기 위한 조직이다. 그런 노조의 결성과 가입이 공무원들도 가능하게 됐다는 것은 공무원도 결국 노동자라는 것의 인증이 아니겠는가.


1997년 IMF라는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공무원은 직업군에서 제대로 취급도 받지 못했던 부류였다. 누군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면 그딴 거 해서 뭐 하냐, 그거 해서 밥 먹고 살겠냐라는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고 사기업에서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이 일상화되면서 신분보장이 되는 공무원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재 평가받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그런 공무원을 철밥통이라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는 한다. 물론 일부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무원들을 근로자의 날 휴무를 취하는 근로자들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왜냐하면 앞에서도 누차 언급했듯 공무원들도 사업주나 사용자가 아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그 근로의 대가로 봉급을 받아먹고사는 사람들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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