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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Mar 04. 2024

사바하 - 이단을 경계하라



선입견이라는게 참 무섭다. 이 장면을 포스터로 보고 제목도 비호감이라 패쓰했던 <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공포3부작을 다 보고나서 그의 세계관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이번엔 이단과 사이비를 좇는 목사이야기다.

박웅재 목사(이정재)는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며 기사를 작성하고 수입을 벌어들인다. 목사인데 줄담배에 돈도 적잖이 밝히는 그는 이단을 밝혀내는데에는 특출난 재능이 있다. 사슴농원이라는 불교 이단을 조사하면서 뭔가 심상치않은 조직이 있음을 알게 된 박목사는 그들만이 공유하는 일종의 계시록 "항마경"의 존재를 찾아내면서 핵심의 근원에 나아가는데..



장재현 감독은 기본적으로 유신론자다. 하지만 그 또한 신이 존재하는 세상에 왜 수많은 고통이 존재하는지 의문 아니 항변을 한다. 하느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신 것일까. 그리고 세상엔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이단종교에 심취하고 깊이 빠져드는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삼년간 피를 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면서 스스로 오열하는 장면을 보았다. 진심이 느껴졌다.


"불교는 악이 없습니다. 우린 상생입니다. 목사님. 기독교처럼 이분법으로 선악을 구분하지 마세요."


장감독이 이번엔 불교를 파고든다. 악귀를 잡는 악신 사천왕의 출현을 그렸다. 그리고 악신을 달래기 위한 희생제물로 사라지는 어린 소녀들의 아픔을 다루었다. 


지난 십년간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두 번의 참사가 있었다. 그 참사들을 겪으면서 느낀 건 유가족들의 심정이 어떨까 하는 점이었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참사의 원인규명과 재발방지였다. 하지만 정부는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않는다. 범위를 넓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건은 거의 매일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불감증, 교통사고, 의료사고, 묻지마 살인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고통을 겪은 가족과 친지들을 합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무간지옥을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신을 믿던 사람은 신앙을 던질 것이고 자식을 잃은 아픔에 껍데기만 남은 상태가 되리라. 


우리나라의 무속을 포함해서 가톨릭, 기독교, 불교까지 섭렵하는 감독의 세계관은 나의 삶의 이력과 궤를 같이해서 보는 내내 흥미롭게 빠져들었다. 젊은 날, 마음둘 곳 없어 기독교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결국 신은 내가 찾고 찾아야 만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니 어쩌면 신이 먼저 나를 찾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특수한 체험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기적은 움트는 새싹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염려하여 어딘가에 마음 둘 곳을 찾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을 해소해 주면서 뭔가를 요구하는 곳은 가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자로 잰듯이 맞아 떨어지는 교리를 설명하는 곳도 피하기 바란다. 인간의 연약함을 이용해서 영혼의 에너지를 빼먹는 집단이 우리나라에 참 많기 때문이다. 


종교란 큰 가르침이고 진리 탐구와 영혼의 위로라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되도록이면 검증된 서적을 읽도록 하고 유별나게 구는 사람들을 경계하기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지 도그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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